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지난 2월 중순 이후 김해를 들썩이게 한 역사적 인물로 조순남 선생을 꼽을 수 있다.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 내방가사 '김승태 만세운동가'였고 그 저자가 조순남 선생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직접 쓴 내방가사가 100년 동안 전승이 되어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문화의 경사일진대 하물며 그 내용이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다니 존재 자체만으로 이미 지역의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내방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에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한 애국지사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들의 행적을 담고 있는 내방가사와 그 저자가 국가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존재적 위상을 인정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와 관련하여 필자는 유족 김융일 선생께 저자 조순남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인정 받기 위한 신청 절차를 밟도록 권유를 한 바 있고 보훈처에 신청했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내방가사의 내용을 토대로 공적을 기록하여 신청을 하였으나 기다림 끝에 결과는 독립유공자에 선정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사유는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신청을 위해 관공서를 들락거리며 고생하신 유족 선생님의 고생이 물거품이 된듯하여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만스런 마음도 들었다. 내방가사의 존재 자체만으로 증빙자료는 충분하지 않은가? 국가적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손으로 직접 써서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또 한 편으로는 김해시에 대한 실망감도 들었다. 유족이 기증한 역사 문화적 사료를 방치해 두고서 소동 끝에 찾았으면 그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좀 더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장유 무계지역 일대의 도시재생 사업 중 하나에 독립운동기념 사업이 들어 있다. 필자의 제안을 김정호 국회의원께서 적극 수용하여 뒤늦게 추진한 사업이다. 늦게라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장유의 역사적 정체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업의 역사적 근거 또한 조순남 선생의 내방가사가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내방가사와 그의 저자 조순남 선생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것 아닌가 한다.

 김해의 만세운동 증언자인 조순남의 국가유공자 지정 신청과 관련하여 김해시가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며칠 전 김정호 국회의원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고 의원님께서 적극적 의지를 표명하셨다. 그래서 다시 내년을 기대해 본다. 김해시도 부응하기 바란다. 역사 문화 도시는 구호만으로 이룩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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