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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정당은 없었다


 

허균 편집국장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의 올해 내 국회 통과가 쉽지 않게 됐다. 자유한국당이 20대 마지막 국회에 상정된 199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시기에는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시간 동안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을 이어간다면 민식이법 등의 제정이 불가능해진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의장께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민식이법이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건 민식이법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귀가하던 해인이가 제동장치가 풀린 차량에 치여 사망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해인이법, 기울어진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망한 하준이로 인해 만들어지려 했던 하준이법 등도 민식이법과 같은 운명에 처해있다.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도 마찬가지다.
 
 민식이법은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물론,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안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은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민식이법 등이 국회 상임위 소위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모습은 전 국민에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민식이 부모 등 피해 부모들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국회의원을 찾아가 무릎을 꿇기도 했다. 막판까지 진통을 이어갔지만 민식이 부모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민식이 부모 등 어처구니없는 일로 자식을 잃어버린 이들이 이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자식의 죽음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이던가? 이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아니던가. 우리 모두의 미래인 아이의 안전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의석수가 많은 거대 정당의 횡포에 소수정당이 맞설 수 있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결국 거대 정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겠지만 소수 정당에 거대 정당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필리버스터다.
 
 지금까지의 필리버스터는 거대 정당이 상정한 소수의 법안에 대해 진행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자당이 제안한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들이 필리버스터라는 제도를 제대로 아는 것인가하는 의심마저 든다.
 
 여기에 모자라 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민식이법' 등의 처리가 불발됐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물론, 다른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행동에 일부 정치인과 평론가 등은 '지금까지 어떤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없었고, 앞으로 정치가 계속되는 한 이 같은 일은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바다. 아이의 안전과 생명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정당이 있는 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아니 더 말이 안 되는 일도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허균 기자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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