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반야심경에 마음의 구성과정을 오온(五蘊)이라는 것으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 마음을 어떻게 경영(經營)해야 우리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 마음을 나눌 수는 없지만 진아(眞我)와 가아(假我)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진아(眞我)는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있었고 죽고 나서도 존재하는 생명의 근원인 자리이며 불변(不變)의 자리이고 가아(假我)는 개체성이 성립되면서 오온이라고 하여 반야심경에서 설명 된 것을 말하며 항상 가변적(可變的)이다. 우리는 진아가 근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가아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산다. 가아는 항상 가변적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신뢰가 기초가 되어야만 관계가 성립된다. 가변적인 삶은 항상 서로의 믿음에 관한 확인이 중요하고 믿음이 깨질 것이 두려워 법률, 질서, 도덕, 동질감으로 뭉침, 사상의 같음으로의 뭉침, 종교 등으로 서로의 결속을 다지므로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가아의 현실에서는 가변적인 요소가 다양하므로 서로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관계라는 것이 중요한 소통의 단위가 될 수 있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판(理判)의 세계는 진아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사판(事判)인 세계를 가아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가아 즉 사판의 세계는 현상계가 펼쳐진 세계이며 이 세계에서는 서로 간의 관계 즉 인연에 따라서 변화하는 세계이다.

 가아(假我)의 세계에서는 관계론적 인연론이 중요하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동물,인간과 자연 등 상대적 관계의 성질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소통 방식을 선택해야만 상처를 덜 받고 관계를 유지 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현재 가아의 진실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가아란 실재하는 것인가? 실재한다. 하지만 순간 서로의 인연 관계에 있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멸하여 버린 인연 관계에 계속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 속으로 괴로움이라는 괴물과 동거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급선무인 것은 깨달음, 신에 대한 강한 믿음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아의 중심의 삶을 진아 중심의 삶으로 옮겨와야 한다. 가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늪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온갖 감정 상태에 묶어두어 우리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창하게 깨달음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마음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되다. 우주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없다. 우주 섭리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굴러간다. 우리가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해도 우리는 태양을 뜨거나 못 뜨게 할 수도 없고 늦게 뜨게도 할 수 없다. 밤이 되면 아침을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그러니까 우주는 알아서 돌아간다. 우리가 그것까지 신경 쓸 것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연과 사람 등 다양한 인연 관계에서 얼마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나 자신의 가아에 기반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점점 그 나의 범위를 넓혀서 우리라고 하는 공적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아를 기반으로 한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가 각 개인의 외로움이나 고통, 문제 등을 일부는 공감할 수는 있으나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각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우리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출발해서 우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진아와 가아는 우리 내면에는 공존한다. 가아(假我)의 실체를 완전히 알고 더 전도망상 된 착각의 질곡에서 벗어나 진아(眞我) 즉 참나가 나의 본성임을 알고 진아 중심적 삶을 산다면 성인(聖人)의 반열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당연히 본성대로 살아야 하건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성인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되찾아 살기 때문에 위대하고 존경스럽지만 어쩌면 당연한걸 되찾아 사는 것이니 본전 한 삶이 아닌가도 싶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앞으로도 밑지고 뒤로도 밑지는 장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본인의 마음을 잘 경영해 진아 중심의 삶을 되찾아 걸림 없는 삶을 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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