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 가스통 르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518p / 1만 3천 800원

 

 불멸의 명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이 월드투어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에서 2019년 12월 13일부터 2020년 2월 9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내년에는 서울, 대구에서도 공연되는데, 관객들의 예매율이 뜨겁다. 부산공연은 부산·경남 지역 관객들이 몰려 세 곳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뮤지컬의 원작인 소설 <오페라의 유령>도 오랜 세월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868년에 태어나서 1927년에 세상을 떠난 가스통 르루는 당대 최고의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였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1900년대 초부터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07년에는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기자 생활도 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생활을 한 면모가 그대로 반영되어서 작품 소재도 광범위했다. 가스통 르루는 기행으로도 유명한데 새로운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허공에 권총을 발사해서 가족과 이웃을 놀라게 했다.

 총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기는 했지만, 소설을 완성했구나 하는 걸 모두가 알았다.

 기자 출신의 작가인 가스통 르루는 특유의 기사체 문장을 사용하면서 마치 직접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치밀한 구성의 소설을 썼다. <오페라의 유령>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추리소설과는 그 격을 달리 한다. 추리소설은 베일에 가려진 범죄의 실타래를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묘미가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은 거기에 더해 인간의 원형적인 갈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유령이 오페라 극장 천장에서 무대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샹들리에를 기억할 것이다. 이 대형 소품은 원작 소설의 배경인 ‘파리 팔레 가르니에’의 천장에 달려 있는 7t짜리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재현한 것이다. 실제로 1896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져 여성 관객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다. 가스통 르루는 이 사고에서 힌트를 얻어 추리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선천적인 기형을 타고난 에릭은 오페라 극장 프리마돈나인 크리스틴을 짝사랑한다. 크리스틴 옆에는 라울 드 샤니 자작이 있다. 추리소설의 흥미에 연애소설의 재미가 함께 하는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크리스틴을 두고 에릭과 라울이 사랑을 다투면서 오페라 극장에서는 온갖 황당무계하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 안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삶과 죽음이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유령’으로 알려지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어온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에릭을 통해서 그 모든 이원론적인 요소들이 결국에는 하나일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호기심, 긴장감, 박진감, 치밀한 구성 등 추리 소설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이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안에 소외, 증오, 질투, 연민, 사랑, 희생, 화해 등 인생의 본질적인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내한공연 소식과 함께 이 책을 권한다. 원작을 읽어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필자는 원작, 뮤지컬, 영화 중에서 원작소설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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