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최근에 김해에서는 의미 있는 여성행사가 있었다.

 ‘사단 법인 해피 맘 김해 서부 센터’의 개소식과 ‘민주당 김해을 여성위원회 발대식’이 그것이다.

 사회단체로서 해피 맘 김해서부센터(센터장 양갑숙) 개소식도 민주당 김해을 여성위원회(위원장 주정영) 발대식도 여성이 주축이 된 행사였다. 행사는 성황을 이루었다. 평일 저녁에 개최한 지역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여성 위주의 행사라서 여성의 참석이 압도적이었다. 여성들에게는 그만큼 의미 있는 행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 위주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내빈에는 남성들이 훨씬 주목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 인사들도 초청 되었고 수적으로도 여성이 훨씬 많았지만 비중 있는 자리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익숙해진 관점에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반장은 남자가 맡았고 부반장은 여자가 맡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 중심 행사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남성이 자리하는 것을 크게 어색해 하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사회는 제대로 된 성 평등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와 국가가 행복하다’는 말은 지극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정작 여성의 행복의 최종 결정권은 남성이 쥐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정치권에서는 꾸준히 여성들의 정치 참여 할당제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행사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여성의원 30% 할당제를 요구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 몇 군데만 가보아도 참석자 대부분은 여성들이라는 것은 쉽게 확인 할 수가 있다. 이것은 여성들의 사회참여의 척도를 말해 주는 것이다. 여성들의 대부분은 사회봉사 활동이나 문화 행사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행사가 끝나고 이어진 뒤풀이 자리도 뜨거웠다. 참석한 여성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열기에 한 남성 참석자가 한 마디 했다. 여성 참여 30%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50%를 요구해라. 아마도 현장에서 여성들의 기운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 실질적으로 현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사회 곳곳의 여성의 활동 참여는 높다. 반면에 아직도 여성들의 활동은 남성들의 활동을 빛내 주기 위한 ‘들러리’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도 함께 준다. 그것은 오래된 관행 탓일지도 모른다.

 여성, 남성 편을 갈라서 서로 힘겨루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인 ‘평등’에 관한 문제다. 여성이 들러리가 된 상황에서 진정한 평등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장철이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여성들이 위주가 된 김장 봉사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이 행사가 ‘여성친화 도시 김해’의 ‘들러리’ 행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

 보다 더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곳에 적극적인 여성참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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