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소승이 기거하는 암자에는 새벽에 벌써 대야에 물이 얼기 시작했다. 감기 걱정으로 요란스러운 시기가 되어 옷도 두텁게 입고 에방 접종도 많이들 맞는다. 감기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4차 산업시대가 되고 과학과 의학이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지만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감기 바이러스 현대에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삼 자연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번뇌(煩惱)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과 몸을 괴롭히는 욕망이나 분노 따위의 모든 망념(妄念)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하나는 사유(思惟), 어떤 문제 해결이나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번뇌 즉 잡념 의도치 않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와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괴롭게 만드는 생각이라고 규정 하고 싶다.

 수많은 분들이 잡념과 끊임없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괴로움을 당하여 생명력의 충전과 회복이라는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

 번뇌가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자연의 실상, 자연의 법칙 등을 모르기 때문에 받는 과보(果報)인 것이다. 거두절미 하고 그럼 과연 번뇌와 잡념은 끊을 수 있는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번뇌의 소멸을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하신 대표적인 분이시다. 번뇌의 소멸 방법과 소멸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이야기 해 놓았다.

 서양의 각종 심리학도 괄목할만한 인간의 내면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 놓았지만 번뇌와 잡념을 소멸 시키는 근원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지전환이라는 방법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 하려 하지만 몇 차례의 컬럼에서 말 했듯이 자각(自覺)만이 가장 근본적인 인지전환 즉 관념의 전환을 통한 본인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견해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불교의 가장 큰 가르침은 사성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성제중 하나인 멸성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괴로움을 멸(滅)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사람이 괴롭다고 하는 것은 마음이 괴로운 것이다.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은 번뇌와 잡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번뇌나 잡념을 멸하면 되는 것인데 멸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번뇌나 잡념이 우리의 생명을 고갈 시키고 괴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멸하느냐가 키포인트다 논리적으로 무엇을 많이 알아서 번뇌나 잡념을 멸할 수는 없다. 우주자연에는 다양한 법칙들이 하나의 큰 법칙에 의하여 돌아가고 있다. 자동차가 가다가 갑자기 서면 확 앞으로 쏠리는 관성의 법칙, 무슨 물건을 가져다 공중에 던지면 수직상승운동을 하다가 수직하향운동을 하는 만유인력법칙, 중력의 법칙 이런 법칙들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생각이 없어지는 법칙이 있다.

 그 법칙성을 찾아내야만 우리는 번뇌를 소멸 할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선정(禪定)에 들지 않고 번뇌가 소멸하지 않는다. 선정을 싸마타 즉 집중명상 이라고 한다. 선정에 들어가면 내가 뭐가 잘못됐고 무엇을 잘못 알았고 하는 것들을 이렇게 하나씩 두 개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을 분석명상이라고 한다. 집중명상과 분석명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각이라는 기능이 작동하여 무명이 저절로 벗겨지고 사라지게 된다.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잘못 알았던 치(痴)가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지혜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지관쌍수(止觀雙修)라고도 한다. '지(止)'생각을 그치고 '관(觀)’ 내 마음속에 생각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번뇌 즉 잡념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가장 급한 일은 번뇌 즉 잡념에서 벗어나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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