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배 인제대 초빙교수

전경배 인제대 초빙교수.

 2.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난 줄다리기 유래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줄다리기는 농경의식의 하나인 일종의 편싸움 놀이로 길쌈이라고도 하며 대부분 정월대보름에 시행된다.
 또한 동국세시기에서는 충청도 풍속에 횃불싸움이 있다. 또 편을 갈라 밧줄을 잡아당겨서 끌려가지 않은 쪽이 이기는 것으로 풍년을 점치는데, 옛날의 줄다리기인 설하희(挈河戱)와 같은 것이다. 경기의 풍속도 그러하며, 승려들도 이러한 놀이를 한다.
 경상도 풍속에 갈전(葛戰)이 있다. 칡으로 밧줄을 만드는데 두께가 4-50줌은 된다. 편을 갈라 서로 당겨 승부를 결정하는데, 이를 점풍(占豊)이라고 한다.
 제주 풍속에 매년 8월 보름이면 남녀가 모두 노래하고 춤추며, 좌우편으로 나누어 긴 줄의 양쪽을 당겨 승부를 겨룬다. 줄이 중간에 끊여져서 두편이 땅에 쓰러지면 구경하던 사람들이 크게 웃는데, 줄다리기라고 한다. 이날은 그네도 타고 닭 잡은 놀이도 한다.
 제주에서 추석에 줄다리기와 그네 띄기를 한다는 기록은 1706년 제수어사로 현지에서 다녀온 이해조의 시(詩)에도 보인다.


 Ⅳ.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사례

 줄다리기는 전국 어느 시군에서 볼 수 있는 우리민족고유놀이이며, 그러나 지금은 산업화시대를 맞이하여 일반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복돋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므로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의례적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영산줄다리기는 2015년 12월 2일 유네스코 제10차 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기타 줄다리기 5건(기지시줄다리기, 삼척기줄다리기, 남해선구줄끗기, 감내게줄당기기, 의령큰줄땡기기) 및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줄다리기 종목 등과 더불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 영산줄다기기

 1) 유래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이며, 정월 대보름에 벌여온 놀이였는데, 오늘날은 양력 3월1일에 행한다. 이 놀이의 유래에 대한 문헌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며, 다만 현지주민들은 “해마다 줄을 다려야만 시절이 좋고 풍년이 든다.”고 믿어서 이를 벌여왔다고 한다.

 2) 구성
 줄다리기를 위하여 마을은 동과 서 두 편으로 나뉜다. 편제는 나무쇠싸움의 경우처럼 옛 성(城)을 기준으로 성 안쪽에 위치한 성내리와 교리는 동부에, 성 밖의 서리와 동리는 서부에 가담한다. 또, 읍 외의 사람들은 구마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마을의 위치에 따라 동서 양편으로 나뉜다. 나무쇠싸움처럼 줄다리기에 수천 명의 응원단이 몰려드는 것은 인근 주민까지 합세하여 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3) 준비 및 특색
  줄다리기의 줄은 다음과 같이 만든다. 처음에 새끼를 10여 가닥을 함께 꼬아서 지름 10여㎝의 바를 만들고 이를 길에 나란히 펴놓고 나서, 다른 새끼로 옆으로 누벼 고정시킨 뒤에 멍석 말이 하듯이 한쪽에서부터 접어 굴리면 지름이 50∼60㎝ 굵기의 줄이 된다. 그리고 이를 반으로 접어 묶는데, 두 가닥의 줄이 물음표처럼 접힌 부분이 고리가 되어 상대방 줄을 이에 접합시키고 비녀목을 지른다.
 줄의 길이나 굵기에는 제한이 없어, 열의에 따라 얼마든지 굵고 길게 만들 수 있으며(지름이 1m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몸줄 자체는 사람이 당길 수 없으므로 이에 벗줄(곁줄)을 매며 끝 쪽의 줄도 풀어서 이를 당긴다. 동서 양편에는 대장·중장·소장이 있어 모든 일을 지휘한다.
 예전에는 이들이 말을 타고 진(陣)잡이를 벌여서 기세를 올렸으나 근래에는 서낭대와 농악대를 앞세운 각 편 사람들이 행진을 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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