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304p / 1만 3천 500원

 

추천 / 서경훤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잊기 좋은 이름>은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의 소설을 집필한 김애란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2002년 등단한 이후 17년 동안 기록해 온 원고들을 담고 있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대학시절 그리고 문학청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와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가득하다. ‘2부 너와 부른 이름들’은 작가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쓴 글들이다. 마지막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에는 개인적인 경험담인 여행 이야기가 모여 있다.

 김애란 작가는 자신과 함께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읊조리듯 말한다. 그래도 문장 속에서 그때 그녀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을 스쳐간 또는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제목과는 다르게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박현주 북 컬럼니스트의 보태기
 우리는 소설가를 소설로 만난다. 소설에 푹 빠져 읽느라 작가의 이름을 깜빡 잊을 정도라면 소설가는 좋아할까, 아니면 서운해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필자는 자신이 읽은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신나서 이야기하던 청소년독자들이 정작 작가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경우를 몇 번 보았다. 그때마다 그렇게 재미난 책을 쓴 작가이니까 그 사람에 대해서도 꼭 알아보라고 권한다.

 한 작가가 작품을 쓸 때, 그 안에는 작가가 고스란히 스며있기 마련이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이룬 모든 경험과 생각, 작가가 만난 사람이 반영되는 것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풍성하고 깊고 넓어야 좋은 작품이 태어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쥐어짜내면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쓴 글은 진실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작가에게서 작품이 아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청소년 시절은 어떻게 보냈을까.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어 한 걸까.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래서 작가는 작품 안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 걸까. 그런 것들이 알고 싶어진다. 그것을 알고 나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작품 속에 스며있는 작가가 보인다.

 많은 작품을 발표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김애란 작가가 산문집을 냈다. 책에는 소설가 김애란이 아니라, 자연인 김애란이 있다. 소녀였고, 학생이었고, 딸이었고, 아내인 김애란.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민 김애란이 있다. 인간 김애란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김애란은 그동안 꺼내놓은 적 없는 다양한 면모들을 이 책에서 고백했다. 작가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과 사연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린 시절 친구 같기도 하고,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낸 절친 같은 김애란을 만나게 된다. 책 속에 불쑥 튀어나와 ‘안녕, 나야!’ 인사를 하는 김애란이 느껴진다.

 인기 많은 작가 김애란보다 훨씬 정겹다. 이 책을 보고 나면 김애란의 소설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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