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을 권함

그림 여행을 권함 / 김한민 지음 / 민음사 / 276p / 1만 8천 원

 

추천 / 김정순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김한민 작가를 더 알고 싶어 펼쳐본 책이다. 비건의 논리와 철학을 다룬 <아무튼, 비건>, 그래픽노블 <비수기의 전문가들>, 그림동화책 시리즈 <Stop!> 등 작가의 활동 영역은 어마하다.  <비수기의 전문가들>에서의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심오함과 <그림 여행을 권함>에서의 감수성은 김한민 작가에게 매료되기 충분하다.

 해외에서의 어린 시절과 여러 직업을 가지며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겪은 그가 지난 10년 동안 그의 삶에서, 여행에서 겪은 일화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사진 대신 그림 그리는 여행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어떻게 다르게 기억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 작가가 권한 그림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자세히 보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라는 그의 말처럼 책을 덮은 후 여행, 삶의 태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박현주 북 칼럼니스트의 보태기

 책 속의 소제목 목차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다. 목차를 차례로 읽어보자. 시작은 주저하다가, 부랴부랴, 한숨 돌리고, 어슬렁거리며, 밍기적밍기적, 바보처럼, 흥분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하게, 더 따뜻하게, 털털하게 혹은 근사하게, 하염없이, 고생고생해 가며, 절실하게, 마지막 1분까지. 어쩐지 책을 읽기도 전에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기분이 든다. 책을 앞 페이지부터 읽는 게 아니라 ‘밍기적밍기적’ 편부터 펼쳐 읽고 싶어진다. 그 부분이 궁금해지는 건 어떤 상황에서건 밍기적거리는 필자의 성격 탓이다. 그 다음에는 ‘하염없이’와 ‘고생고생해가며’에도 눈길이 간다. 여행길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날 때 우리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실 우리는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고 불편해도 여행은 행복한 체험이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행길에 빠질 수 없는 일이 사진 찍기이다. 카메라로 찍고, 스마트폰으로 찍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김한민 작가는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린다.  명화를 찾아다니는 미술관 투어가 아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어슬렁거리다가 털썩 주저앉아 낙서하듯 그리고, 긴장 풀고 숨 고르고, 또 길을 떠나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느긋해지고 편안하다. 그림을 못 그리면 어떠랴. 그림을 그리자면 자세히 보아야 하고, 자세히 보는 순간 낯설었던 여행지는 다정하게 다가온다. 자세히 보고 천천히 그린 그림에 비하면, 순간포착의 사진 촬영은 어쩐지 패스트푸드 같다.

 김한민 작가는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림은 누가 가르쳐 준다기보다 스스로 즐기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마치 여행처럼 말이다. 손을 쓰는 인류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특권을, 그 누구도 박탈당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 마치 여행의 권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특권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망각되었다.” 그림은 화가만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행과 그림그리기. 멋진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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