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 수전 올리언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488p / 1만 9천 원

 책은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이후부터 축적 기록해 온 정보이다.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가 책에서 디지털기기로 확장됐다. 그 정보들이 집중적으로 보관된 곳이 도서관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고 공유한다. 도서관에는 책(정보)과 사람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이 책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화재이자 손실을 입은 LA공공도서관의 참사를 추적한다. 도서관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책이다.

 1986년 4월 29일 아침, LA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낡은 경보 시스템 탓에 자주 화재경보가 울렸기 때문에 누구도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했다. 당시 도서관 안에 있던 400여 명의 사서와 이용자들은 ‘또 시끄럽게 울리네’라며 도서관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차피 다시 들어올 거니 소지품도 그대로 둔 채 나갔고, 도서관은 8분 만에 비워졌다. 그러나 화재는 엄청났다. 7시간 38분 동안 거세게 타오른 불길은 40만 권의 책을 전소시켰고, 70만 권의 책을 훼손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 소방인력과 장비의 대부분이 소요되었다.

 화재 소식이 알려지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도서관으로 몰려 왔다. 시민 봉사자들과 사서들은 비통함을 뒤로 하고 아직도 연기가 가득한 도서관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꼬박 사흘 동안 불에 그슬리고 물에 젖은 70여 만 권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해 옮겼다. 저자는 이 긴급한 순간을 “로스앤젤레스 시민들로 살아 있는 도서관을 이룬 것 같았다”고 묘사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유된 지식을 보호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의미였으며 이는 도서관이 매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책들은 상자 5만 개에 담겨 영하 56도의 식품창고로 보내졌다. 그리고 2년간 해동, 건조, 소독을 하고 보수하여 다시 제본할 준비를 마쳤다. 시는 책을 살릴 자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7년 뒤인 1993년 10월 3일, 신문에는 ‘도서관 재개관’이라는 헤드라인이 실린다. 개관식에는 200만 권이 넘는 책을 꽂는 ‘책 꽂기 파티’가 열렸고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도서관의 부활을 축하했다. LA 공공도서관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화재가 났을 때, 공교롭게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가 되지 못하고 묻혔던 이 일은 책 애호가인 수전 올리언이 30년 뒤 파헤치기 시작한다. 누군가 일부러 도서관에 불을 지른 걸까? 그렇다면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이런 관심에서 출발해 4년간 취재했다. 저자는 도서관과 사서들과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도서관의 연대기와 화재, 그 여파를 기록한 이 책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진화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도서관이 왜 우리 마음과 정신, 영혼의 본질적 부분으로 남았는지 말해준다.

 도서관은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책들과 함께 늙어 간다. 도서관은 수많은 기억을 만들고 공유하고 저장하는 유기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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