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아크

포토 아크 / 조엘 사토리 사진, 글 / 권기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00p / 3만 원

 멸종 위기. 무서운 말이다. 한 종의 생명이 완전히 끝난다는 것, 그 종의 모든 개체가 하나도 남지 않고 죽는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가. “이 동물은 지구상에 몇 마리 남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 동물을 바라보면 신기하기만 할까. 만약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신기하게 볼 수 있을까.

 지구의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이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멸종해가고 있는 것이다. 100년 안에 지구 생물 가운데 절반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환경 악화의 주범은 인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아는 생물 중 절반이 멸종한 뒤의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보나마나 황폐하고 불행할 것이다. 그래서 환경보호와 생명존중은 인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다른 일을 하고 난 뒤에 시간과 힘이 남아서 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시급한 일이다. 인간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25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조엘 사토리가 2006년부터 진행 해 온 ‘포토 아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사진집을 펴냈다. 성경 창세기에는 지구 대홍수를 앞두고 배를 만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는 노아의 이야기가 있다. 노아는 지구의 모든 생물을 암수 한 쌍씩 방주(아크)에 실어서 대홍수를 이겨낸다.

 <포토 아크>는 사진으로 만든 방주라는 의미이다. <포토 아크> 프로젝트는 멸종에 맞서 살아 숨 쉬고 있는 1만 2천여 멸종 위기 종 모두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수립됐다. 점차 사라져 가는 생물 다양성을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하는 한편, 그 생물들과 함께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책에는 400여 종의 동물 사진이 실렸다. 쿠바홍학, 자바코뿔새, 붉은가슴도요, 세인트빈센트아마존앵무…. 이름조차 낯선 멸종 위기 동물들의 존엄과 우아함을 보여주는 초상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생생하게 다가온다.

 인물 초상사진은 배경 없이 얼굴 중심이다. 이 책에 실린 동물 사진도 배경이 없어서 동물의 생김새와 눈빛, 표정, 몸짓에 집중해 관찰할 수 있다. 동물 보호를 위해 진행한 작업이니만큼 촬영 과정도 조심스러웠다. 동물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동물원 내에 촬영 장소를 마련하고 무독성 페인트를 칠해 검은색 또는 흰색 배경을 만들었다. 천장에 단 조명까지도 검은 천으로 숨겼고, 촬영은 가급적 빠르게 진행됐다.

 사진집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왜 이렇게까지 화려할까 궁금할 정도로 아름다운 색을 가진 동물들, 인간과 눈을 맞추고 있는 표정과 눈빛, 우아한 자태를 한 생명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사진을 보는 이 순간 어디선가 마지막 남은 하나의 개체가 죽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생명을 빼앗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지금 대체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물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마음이 아프다. 흑백 배경 앞에 있는 동물들은 아주 또렷하게 보여서 각각의 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우아함, 총명함이 더 잘 보인다. 부디 마지막 초상사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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