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승정원에 한 번 잘못이 있으면 역사책에 기록되어 아름답지 못한 이름이 ” 옛날에 승록대부나 승정대부에게 도승지를 겸임시킨 것은 그 직책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이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 어질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하는 임금과 신하 사이의 정분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와 같다고 하였는데 이런 때에 있어서 좋은 의견은 제의하고 좋지 못한 일은 말리지 못하였으니 매우 옳지 않습니다. 조정에 가득한 신하를 치고 누가 나랏일에 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신은 새로 벼슬길에 나선 선비이므로 아예 현행정사를 모릅니다. 그렇지만 태조의 후손으로서 신하들 가눈데 임금을 공경하지 않는 자가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죄줄 것을 청할 것입니다. 전하의 은덕을 어찌 감히 저버리겠습니까.”

●사관은 말한다.

 “현국의 말은 절절하고 대바르다. 그리고 승정원의 잘못에 대하여 심각하게 질책한 것은 응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임금이 말하였다.

 “우에서 생각하는 것이 깊지 못하고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사리를 잘 모른다.

 그렇지만 임금과 신하의 높고 낮은 명분에 대하여 신하로서는 응당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파묻혀 있는 선비라 하더라도 이런 의리를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어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이 공순하지 못한 형편이니 신하들로서는 마땅히 좌줄 것을 청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정에도 임금을 공경하지 않는 싹이 자라날 수 있다.

 만일 그 상소문의 내용이 옳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역시 정당한 의견이 아니다. 그러나 조식을 파묻혀 있는 선비로 보기 때문에 너그럽게 용서하고 죄를 다스리지 않을 뿐이다.(이때, 임금이 대단히 노하였기 때문에 안색이 온화하지 못하고 음성도 평온하지 않았다).”

●사관은 말한다.

 “조식의 상소문을 옳다고 하는 것은 원래 정당한 의견이다. 그것은 임금을 잘못이 없는 길로 인도하려는 것으로서 곧 임금을 공경하는 기본으로 되기 때문이다.

 저 조식의 말이 대왕대비에게 저촉된 것은 다만 옛날과 오늘의 형편이 다르다는 것을 모른데서 온 것이지 어찌 높고 낮은 명분을 몰라서 공순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겠는가. 이 문제를 가지고 책망하였으니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까닭을 여기에서 판단할 수 있다.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말을 하였다 하여 되게 꾸짖는 것이 죄주는 것보다 더 심하였는데 이것을 너그럽게 용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홍문관 전한 정종영 등이 차자를 올렸는데 요지는 이러하였다.

 “옛날의 신하들 가운데는 임금의 비위를 거슬려 가며 극력 간하기도 하고 숨김 없이 지적하기도 하며 때로는 소매를 잡아당기고 옷자락을 찢기도 하면서 그만두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물며 시골에 있는 선비는 조정의 예모를 알지 못할 것인데 설사 과격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공경하지 못하다는 책망을 들씌움으로써 간하는 말을 거절하는 뜻을 보여서야 되겠습니까.

 대체로 신하로서 할 말을 다 털어놓은 것은 모두 임금을 생각하는 지극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므로 자기의 말이 너무 과격한지 자신도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말이 설사 적중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뜻은 참으로 칭찬할 만한 것입니다,

 아, 공정한 원칙이 실현되지 않고 옳고 그른 것이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이조에서 관리를 추천할 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은 결과 승정원의 벼슬자리에는 여론에서 규탄을 받은 자가 있고(윤옥을 가리킨 것이다), 간쟁하는 벼슬자리에 본래부터 인망이 없는 자들이 끼여들었으니(박문수를 가리킨 것이다) 앞으로 지시를 내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떻게 미덥게 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바른말 하는 기풍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전하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서 믿을 것은 인재를 잘 등용하는 것인데 관리 선발을 잘하지 못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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