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 창원대 외래교수

 우리 사회에 각인된 선입견들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혐오시설과 관련된 것들이 있다. 이른바 폐기물 처리라든지 오폐수처리라든지 하는 것들과 관련된 사업시설들이 그것이다.

 김해에도 관련된 사업체들이 존재하거나 앞으로 존치를 앞두고 있는 시설들이 몇몇 있다. 이를 두고 지자체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들 시설의 존치를 두고 불편해 하는 것은 그것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 그에 따른 건강 및 재산상의 침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른바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으로 주민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네에는 둘 수 없다는 주민들과 이를 설치해야만 하는 행정기관 사이에 무수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원만히 해결되어 서로 갈등 없이 지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남의 동네에 설치하여 그 곳 사람들이 싫어하든 말든 내 집 앞에 두는 것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과거 도시화되기 전의 시골에서 살아 본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이 각자의 집에 거름도 두고 음식물 쓰레기통(갱물통)도 두고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히 혐오스럽다고 생각하고 늘 찡그리며 살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 쓰레기들이 자원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식구가 없는 집의 할머니가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에게 당신 집 변소에 와서 오줌 좀 누어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분뇨조차도 거름으로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설거지 하고 남은 물을 모아서 소도 먹이고 돼지도 먹였다. 그러니까 음식물 찌꺼기라는 혐오스런 용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혐오가 아니라 생산을 위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도시화 되고 산업화 되는 것을 두고 이른 바 발전이라고들 한다. 사회적 발전에는 잉여 생산물 뿐만 아니라 잉여 찌꺼기가 등장했다. 찌꺼기라는 순수한 의미도 산업화에 따라 혐오스런 이미지로 변해갔다. 그리하여 감추거나 숨겨야 할 것 또는 인간사회의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는 몹쓸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유발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선진화 되어갈수록 이 같은 혐오적 찌꺼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다시 살려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인식적 변화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화해서 활용을 하고 있다. 이것은 잘만하면 찌꺼기도 없애고 돈도 벌 수 있는 이중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과거 농가에서와 같은 찌꺼기의 활용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찌꺼기와 관련된 처리시설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 있다.

 여기에는 과거 찌꺼기의 처리 방식을 통해 얻은 좋지 않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찌꺼기를 혐오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낙후 지역이나 소외된 지역에 떠넘기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발달과 인식의 변화에 따라 찌꺼기를 더 이상 혐오스런 쓰레기로 처리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경주 하고 있다. 자원화 뿐만 아니라 발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일고 있고 실제 그와 같은 사례 지역도 여러 곳 있다.

 따라서 ‘쓰레기 소각장’이 갖는 기존의 혐오스런 선입견은 교정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행정기관에서도 이 같은 기존의 혐오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관련조사를 투명하게 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 소각장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바뀔 때 정쟁적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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