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옛날 중국의 한 왕이 옛 서책을 읽고 있는데 수레를 만드는 수리공이 "왕이시여!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옛 글을 읽고 있다"라고 했다. 수레공은 "그것은 옛 사람들이 써놓은 지게미(술을 짜고 난 찌꺼기)인데 그것을 읽어봐야 무엇 합니까?"라고 하자 왕은 "그 말에 합당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죽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하니 수리공이 "제가 수레바퀴를 만드는데 느슨하게 하면 빠져버리고 너무 꽉 조이면 부서져 버립니다. 그런데 이것을 만들려면 너무 느슨하지 않게 너무 빡빡하지도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말로 알려줄 수 없기에, 제 자식에게도 알려줄 수 없습니다. 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한낱 옛 성인들이 싸놓은 똥에 불과합니다. 즉 조백, 찌꺼기에 불과합니다"고 했다.

 수리공 치고는 세상의 이치를 꽤뚫는 흡사 도인 같은 말로 왕을 감탄 시키고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지식이 아닌 감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모든 것은 감각되어져 저절로 알아지고 갈등이 없어져야 건강한 삶이 된다.

 오늘은 지게미 즉 찌꺼기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찌꺼기를 만드는 곳은 두 곳이 있으며 그것은 항상 먹는 것이며 소화를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음식물도 먹는 거지만 마음도 먹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물의 소화기관이 있듯이 마음도 소화기관이 있다. 음식의 소화기관은 음식물을 먹으면 소화기관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은 흡수하여 피와 살을 만들고 흡수되지 못한 것은 똥(변)으로 되어 외부로 배출되어 버린다.

 만약에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든가 외부로 나가야 할 똥(변)이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인체 내에 머문다면 어찌 될까? 우리는 체외로 나가야 할 것이계속 체내에 머무는것을 변비, 숙변(宿便)라 한다. 변비는 그 자체로 부패가 되고 독을 발생시켜 장자가 중독이 되어 간과 피를 탁하게 하여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마음 또한 소화기관이 있다. 가장 중요한 소화기관은 사유(思惟)라고 하는 소화 기관이 있다. 이 사유 기관은 온갖 정보 또는 지식을 습득하여 사유(思惟)를 하여 내 것으로 만들면 의식이 확장되고 당연한 것이 되어 삶을 풍요롭고 만든다.

 그러나 그 정보나 지식이 사유로 분해되어 흡수되지 못하고 머무르고 있다면 이것은 숙변(宿便)과 같이 온갖 독(毒)을 뿜어내어 정신과 몸을 엉망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서두에 말한 수리공이 말 하려고 하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학문이나 지식, 경전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고 감각적으로 체득되지 않으면 그냥 숙사(宿思),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되어 우리의 삶을 피페하게 만드는 마음의 독이 되는 것을 염려 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라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도 있다. 온고(溫故)에만 머물고 지신(知新)을 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독이 되는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이것은 옛것을 사유(思惟)라는 소화기관을 통하여 소화하여 의식을 넓혀 잠자는 감각을 깨워 내것이 되어 삶의 동력이 나 자신에게 있게 하려 함이며 내가 주인이 되어 주도적인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삶 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음의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고집을 주장하며 타인과 대립을 하고 있는가? 과연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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