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이 정권이 일을 하는 방식 중 가장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상명하달로 정의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정부 관료주의야 피라미드식의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므로 어느 정도의 상명하달은 당연한 것이나 국회의원들의 집단인 여당과 지지층을 이루는 일부시민들까지 이렇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권은 군사정권 이후 적어도 30년간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입장이나 의견이 정해지고 나면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을 수 없고, 특히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일이나 말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중요한 상황변화가 있었는지, 반드시 짚어야할 핵심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치 뇌가 파먹힌 좀비처럼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의해 이리저리 날뛰는 것이 나치나 홍위병 같은 전체주의의 망령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자유를 가장 소중한 국가가치로 여기는 필자임에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청와대와 여권이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인데, 이들은 지금 어마어마한 수의 적군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한발한발 전진하고 있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대방의 규모가 얼마인지, 그들이 어떤 심적상태에 있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관심도 없고 인지할 능력도 없다. 이들은 단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벙커와 참호에 파묻혀 우리만 뭉치면 이길수 있다며 허공을 향해 총만 난사해대며 그 총소리에 만족해하며 위안을 얻는 형편들이다.

 얼마 전에 대통령, 여당의원, 언론이 총동원된 코미디 한판이 벌어졌다. 9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국 지지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밤 "집회에 20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곧바로 관변 매체들이 실어나르며 '200만 참가'를 기사 제목으로 보도했고, 여당이 공식 성명 등에서 다시 숫자를 받아 쓰며 '민심(民心)'이라고 못박았다. 일사불란했다. 검증은 할 생각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200만'이라는 숫자에 고무되어 윤석렬 검찰총장에게 "검찰에 지시하노니 검찰개혁방안을 직접 만들어 오라"는, 대통령의 말 자체가 지시인데도 자기 말에 지시라는 단어를 넣는, 지시를 지시하는 기염을 토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들의 거짓말은 5만이 운집한 도쿄돔을 꽉채운 '방탄소년단 콘서트' 사진, 북한의 김일성 광장에서 10만 명을 동원하여 치른 행사 사진이 등장하며 바로 들통나 버렸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사진의 관중 수에도 못미쳐 보일 뿐 아니라 김일성 광장 사진에 비해 절반도 훨씬 못미치는 인원임이 육안으로 바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회 장소의 면적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대입하여 계산을 하는 공식집계법인 '페르미 기법'을 사용해 최대 5만정도가 가능하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이 정권의 사람들은 총리, 여당 중진의원 할 것 없이 입을 맞추듯이 거짓말을 내놓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치 독일의 선전상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거짓말을 충분히 반복하면 사람들은 결국 믿게 된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90년 전의 독일 국민과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은 같지 않다.

 이제 대통령의 선택에 의해 "조국 對 일반국민"의 구도는 "문재인 정권 對 일반국민"의 대결구도로 전환되었다. 여기서의 '일반국민'은 보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정권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와 특성을 보면 이 대결은 한 쪽이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치명상을 입을까? 일반 국민이 치명상을 입을 걸로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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