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현진 옥천봉은사 주지/ 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이사장

 요즘은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환갑 잔치를 하면 성대하게 잔치를 했다. 그러나 요즘은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도 드물다. 모든 생활이 편리해지고 의학이 발달하여 평균 수명이 늘어난 까닭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시골 동네에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계시면 동네의 대·소사뿐만 아니라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상의 하였다.

 그 어르신은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았다는 얘기이다. 요즘말로 사람들의 멘토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네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분을 어른 또는 어르신이라 부른다.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를 높혀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그 이상 되는 어른을 높혀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은 연세 많으신 분들을 높혀 부르는 말로 주로 쓰인다. 더 높임말로는 춘부장(椿府丈)이란 말도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어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애들, 어린이,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듣기 거북 하지만 늙은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르신이 되어 손아래 사람들에게 어르신으로 불려 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르신이 될 수는 없는 것일 게다. 나이를 먹고 타인의 귀감이나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아랫사람과 충돌하고 이익으로 다툰다면 그냥 나이 먹은 사람, 그냥 늙은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르신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많이 살고 나이를 많이 먹어서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품과 경륜 그리고 덕(德)이 있어 아랫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어르신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어려도 판검사가 되면 영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람의 인품은 덕(德)으로 들어난다. 덕이 드러난다 함은 그의 삶이 천리(天理)와 자연의 순리(順理)를 거스르지 않고 살려고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순행하는 것을 선(善)이라 한다. 선(善)을 자꾸 쌓다보면 그것이 덕(德)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람의 덕(德은) 온유함과 사랑이 넘치는 얼굴과 몸짓 말에서 들어난다.

 그래서 옛 말에 적선적덕(積善積德)이란 말도 있으며 거지들이 사람들에게 '적선(積善) 합쇼'라는 말도 있다. 자연의 섭리는 조화와 균형이다.
그러니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은 섭리에 부합 하는 것이므로 나에게는 있고 남에게는 없는 것은 나눠 주는 것이 선(善)이라 할 수 있다. 선(善)이라는 것은 균형이고 조화이고 이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불쌍해서 동냥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섭리를 따를 수 있는 즉 적선(積善)의 기회를 준다는 고차원적인 명분으로 구걸을 하는 것이다.

 또한 선(善)은 감정의 일렁이지 않는 상태이기도 하다. 어떤 어르신의 얼굴을 보거나 같이 있으면 온화하고 마음이 평온한데 어떤 어르신은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마음이 불안하게 느껴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그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의 반증이며 순리에 순응 여부이기도 하다.
얼굴에 항상 순리에 순응한 흔적은 온화함과 자연스러움으로 표현된다.

 내가 얼굴이 얼마나 찡그려져있고 하루에 몇 번을 웃음으로 보냈는지를 관찰을 해 보아야 한다. 항상 밝고 타인을 마주할 때  미소가 있고 섭리에 맞는 온화한 말투로 대한다면 어르신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르신이 될지 나이만 먹은 늙은이가 될지는 자신 선택의 몫이다. 그 누구도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고 나이는 먹고 싶지 않아도 먹을 수밖에 없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은 필연적으로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르신이 될 것인가? 늙은이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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