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천 풀다발

 

연남천 풀다발 / 전소영 글, 그림 / 달그림 / 56p / 2만 3천 원
추천 / 허경혜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이 책은 작가가 서울 연남동에 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매일같이 홍제천을 산책하며 관찰했던 작은 풀꽃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잘 모르고 스쳐 지나쳤을 작은 풀들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 또한 참 예쁘다.

 모두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는 꽃들은 뽐내려고도 서두르지도 않고 각자의 생김대로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풀꽃들의 이야기는 작은 우리의 삶에도 위로가 된다. 더불어 우리의 삶을 응원하고 있는 듯하다.
 
 짙은 초록의 여름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오고 있는 지금 이 좋은 그림책을 다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박현주 북 칼럼니스트의 보태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어떤 꽃이 피고, 어떤 풀들이 자라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온 나라가 벚꽃타령을 할 때 그 눈부신 만개에 감탄을 하면서 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나무가 거기 있는지 조차 잊어버리곤 한다. 하물며 발밑의 작은 풀꽃들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 무릎을 굽히고 땅바닥을 향해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면 그곳에는 큰 우주를 품은 작은 풀꽃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그 풀꽃들에 대한 그림책이다. 책을 받아 펼치면 풀꽃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손을 대면 파르르 떨 것만 같다. 책 제목 그대로 싱그런 ‘풀다발’을 한아름 받는 것 같다. 화려한 꽃다발을 받을 때보다 더 섬세하고 결 고운 감동이 밀려든다.

 저자 전소영 씨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늘 자연과 생명에 닿아 있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생명에 대해 경외심, 아름다운 것들의 소중함을 글과 그림으로 담고 있다. 그 마음을 그대로 담아 낸 것이 첫 책 <연남천 풀다발>이다. 서울 연남동에 살고 있는 저자는 매일같이 홍제천 산책을 하면서 본 풀들을 그렸다. 책을 낼 때는 동네 이름을 따서 ‘연남천’이라고 붙였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강아지풀이다. 책을 펼치면 좀작살나무, 기생여뀌, 까마중, 참쑥, 나팔꽃, 냉이, 비비추, 소리쟁이, 바랭이, 환삼덩굴이 자라고 있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던 풀꽃들이지만, 그래서 더 예쁘다. 작고 소박해서 더 소중하다. 도시의 매연 속에서도, 작고 낮은 곳에서도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다행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위에도 풀꽃이 자라고 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 우리가 시선을 주지 않고 지나치는 동안에도  보도블럭 사이로 뚫고 올라오는 작은 풀꽃들이 있는 말이다.

 김해의 해반천, 대청천에는 어떤 풀꽃들이 피고 있을까. 산책을 하면서 그 풀꽃을 눈여겨보자. 그 생애에 계절이 있다. 온전한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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