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0년에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붕괴를 보면서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자유주의 시대가 왔으니 이제 역사는 끝났다"라며 '역사의 종언'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인데 인류의 자유에 대한 마지막 위협인 공산주의가 몰락하자 '인류의 역사는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소련의 해체로 공산주의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근 30년이 지난 지금 자유주의는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전체주의로부터의 완승을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 이것은 마지막 사회주의 국가인 북·중·러 3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체제위기와 경제봉쇄로 자력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제재를 피해 조금씩 도움을 받는 것은 사망선고를 받은 중환자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든지 금융제재로 인해 세계 은행망으로부터도 퇴출당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사망선고와 다를 바 없다. 결국 미국에 항복하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체제유지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몽이니 중국제조2025니 뭐니 호들갑을 떨더니 미중 무역전쟁 이후 본래의 실력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경제는 기업부채, 실업률, 산업구조 등으로 봤을 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더해 홍콩사태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변곡점에도 직면해있다. 중국 정부가 송환법을 철회하면서 손을 들었으나 아직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에 의한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민 평균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나라라는 정도만 말하겠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제정세와 정 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는 단순한 한?일간의 협정이 아니다. 지소미아는 미국 대외전략의 중심축이 아시아?태평양으로 넘어오면서 중국을 누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축인 한미일 세 나라를 동맹급으로 묶어두기 위해 체결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사전에 그토록 지소미아 파기를 만류하였고 파기 후에는 행정부와 의회를 막론하고 전례가 없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지소미아 파기를 한국이 중국으로 급속하게 쏠리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한일갈등이 한미동맹의 위기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을 구한말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고종이 국제정세를 읽지 못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여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였고 그것이 주권을 뺏기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때의 약소국 조선이 아니다라고 반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많은 부분 한미동맹의 덕분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우리의 생존을 시시각각 위협하는 북한이라는 주적도 없었다.

 한미동맹이 없는 한국의 길은 어떨까? 당장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까? 기업들은 한국 땅에서 사업을 계속하려 할까? 사회주의 국가화가 되면 국민들은 더 행복해질까? 이런 간단한 생각만 해 보아도 답은 명확하다.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한미동맹을 깨려는 철없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가진 유일한 안보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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