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시골에서 어렵게 살고 있으면서도 명예와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으며 여러 번 임금의 부름을 받았으나 나서지 않고 지조를 고상하게 지켰다.

 비록 영예로운 고을원의 벼슬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을 품고 대바르게 쓴 글을 올려 현행정사의 폐단을 곧바로 찔렀으니 이것이 어떻게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를 모르는 사람이겠는가.

 대왕대비를 깊숙한 궁중에 있는 과부의 몸이라고 한 말은 조식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옛날 어진 선비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니 이것이 어찌 공순하지 못한 말이겠는가. 높이 평가해 줄 대신에 매우 엄하게 꾸짖었으니 이것은 임금을 보좌하고 인도하는 적임자가 없고 학문이 해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재상의 직책을 맡고 있는 신하도 이것을 바로 잡아서 풀어 주지 못한 결과 조식과 같이 어진 사람을 시골에 헛되이 내버려 두고 등용하지 않았으니 글을 올리는 길은 막히고 어진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은 폐지되고 나라를 다스리는 방도는 없어지고 말았다.

 세상일이 그러져가는 것을 고이하게 생각할 것이 있겠는가.

 승지 백인영, 신회부, 윤옥, 박영준, 심수경, 오상 등이 제의하였다.

 “신 등이 조식의 상소문을 보고 역시 말 같지 않은 말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도의 감사가 이미 받아서 올려보낸 것이므로 승정원으로서는 하는 수 없이 가지고 들어와서 보고하였던 것입니다. 승지가 승정원의 중요한 자리에서 지시를 내려보내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 감히 감사에게 책임을 돌려버리고 부득이하여 들어와 보고하였다고 진술하니 이것이 과연 승지의 도리이겠는가.

 여론이 격렬하게 일어난 것은 응당한 일이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고할 때에 마땅히 말 같지 않다는 뜻을 아울러 말해야 하였겠는데 신 등은 상소문이 바로 시골 사람의 글이므로 틀림없이 글을 지을 때 저도 모르게 공순하지 못한 말을 쓰게 된 것이니 이와 같은 미치광이의 말(조식의 말이 과연 미치광이의 말이겠는가. 그들은 임금의 비위를 맞춘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은 아예 책망할 것도 못되므로 제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에 내린 지시를 받고 더없이 두려워하면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시하기를 “처분을 기다리지 말라. 상소문을 감사가 보았다면 말 같지 않다는 뜻을 응당 자세히 써가지고 급보로 제의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급보로 제의하지 않더라도 큐탄해서 돌려보내야 하였겠는데 감사부터 신하된 원칙을 크게 어겨버렸다”라고 하였다.

 ●사관은 말한다.

 “대체로 상소문 내용이 대바르다 하여 감사가 만일 규탄해서 돌려보낸다면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임금의 잘못에 대하여 감히 말하지 못하게 하여 결국에 가서는 상하간의의사가 막혀버리는 폐단이 생기게 될 것이다.

 대체로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데는 그 명령에 복종하기보다도 그 뜻을 따르는 것인데 하물며 지시를 내려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게 하는 것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신하된 원칙을 크게 어겼다고 꾸짖는다면 임금의 뜻을 둔데 대하여 누가 감히 어길 수 있겠는가. 아, 이것은 비단 임금의 덕에 오점을 끼칠 뿐 아니라 사실은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계되는 것이니 어찌 개연히 토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555년(명종 10년) 11월 20일

 임금이 정사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시강관 정종영이 말하였다.

 “전하가 조식의 상소문을 보고 지시한 말이 있었지만 신 등은 그 상소문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어떤 말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만약 말이 대왕대비에게 저촉되었다면 죄를 다스려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파묻혀 있는 선비이므로 사람이 무뚝뚝하고 예의를 차릴 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옛날 제왕들이 시골에 몰려가 숨어 사는 선비들을 대하는 태도는 정식 관리를 대하는 것과는 달랐던 것입니다.

 대체로 무뚝뚝한 태도에 대해서는 꾸짖지 않으면서 청렴스럽게 물러나가 사는 지조를 귀중히 여긴 다음에야 옛날 제왕들이 청렴스러운 절개를 지킨 선비들을 숭상하던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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