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 이주은 지음 / 파피에 / 268p / 1만 6천 원

 

20개의 진주와 11개의 루비가 장식된 붉은 벨벳 목걸이.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도,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그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히 관심이 생길 것이다. 어떤 디자인일까, 얼마나 화려할까 궁금하다.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그 목걸이의 주인이다. 이 목걸이의 주인은 프랑스 왕 루이 11세의 애완견 그레이하운드였다.

 반려동물을 위한 사업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호텔과 펜션, 미용실, 놀이터는 물론이고 장례식장도 있다.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사라지고, ‘반려’라는 단어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가족의 위치를 당당히 차지하는 반려동물이 인간을 위로하는 세상이다. 반려동물을 지나치게 위하는 사람들을 못마땅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반려동물 관련 사업의 시작이 근현대부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역사는 오래전이다. 기원을 따져보면 고대 이집트의 개목걸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 사람들도 오늘날 우리처럼 동물들을 사랑했고, 동물들이 죽으면 슬퍼하면서 묘비도 세워주고 묘비명까지 새겼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처음은 파란만장한 개의 패션 역사로 시작한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지만, ‘개 팔자가 상팔자’였던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시대에 따라 개목걸이 패션도 다채롭게 변해왔다. 중세 유럽의 경비견과 군견은 뾰족한 장식이 박힌 목걸이, 사냥개는 가죽 목걸이였다. 귀족들의 애완견들은 금, 은이나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개를 키우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개의 목에 그 주인만이 풀 수 있는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다.

 그 덕에 개를 누가 멋대로 훔쳐 가면 개의 목에 채워진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이 주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개목걸이에 글씨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개의 이름과 주인의 이름을 쓰는 간단한 글자부터 재미난 문구에 이르기까지, 늘어나는 개의 수에 맞춰 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주인들의 노력이 개목걸이에 그대로 나타났다.

 중세 유럽의 왕실에서는 개를 위해 화려한 물건들이 등장했다. 유럽의 왕족들이 반려동물들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개들은 정교하고 세밀하게 장식된 밥그릇에서 고급 음식을 먹었고,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하인들이 있었으며, 벨벳이나 실크로 만든 쿠션에서 잠을 잤다. 프랑스 왕 샤를 5세는 작은 강아지를 위해 종이 달린 은목걸이와, 백합 문양을 금실로 수놓고 금으로 만든 걸쇠를 단 파란 비단 목걸이를 주문했다. 파란 천 위의 금색 백합은 프랑스 왕실의 상징이니까 누가 보아도 왕의 개임을 알 수 있었다. 영국 왕 헨리 8세도 개 사랑에 관해서는 뒤지지 않았다. 책 제목에서도 짐작이 되겠지만, 고양이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나폴레옹의 황후 조제핀이 사랑한 오랑우탄 ‘로즈’ 등 인간과 함께 했던 다채로운 반려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도 어느새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흥미로운 역사는 여전하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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