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논설위원.

 이 정부는 유례없는 일을 많이 벌인다. 청문보고서 없이 국무위원 후보자를 임명한 사례가 전 정부들과 비교했을 때 가히 압도적이더니 급기야 청문회 자체도 하지 않고 국무위원 임명을 시도하는, 자기 나라의 국회 따위는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헌정사상 초유의 커다란 호연지기를 시연하고 있다. 비록 다 망해가는 나라들을 향한 환타지이긴 하지만 대륙을 향한 꿈을 수십년간 키워왔기 때문인지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그 꿈이 정복의 꿈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향한 굴종의 꿈이기에 문제이지만.

 조국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본인 소속 정당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셀프 검증에 나선 것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소명기회 자체를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일방적인 변명으로 일관되었기 때문에 의혹해소에는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거라 생각하는데 필자는 조 후보자가 마이크 앞에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이 사람은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그는 자기가 구성한 세계속에서 일종의 왕자병적 시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 듯하다. 분열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그에 대한 모든 의혹에 대해, 기억이 안난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가족이 했다, 그 때는 합법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어서 유감이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뻔한 질문에 준비된 대답으로 국민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었다. 말은 "내가 책임지겠다, 나를 꾸짖어달라" 하는데, 느껴지는 것은 "나 연기잘해? 나 멋있어?"라고 묻는 것 같았다.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아내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보면서는 아연실색했다. 그는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 말하자말자 언론을 통해 반박되는 게 적지 않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거짓말들이 언론의 취재와 검찰의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임명을 위한 전자결제용 외유를 간 것을 보면 어떠한 논란이 있더라도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이미 굳혔던 듯하다. 대통령은 이것을 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문제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밀리면 정국주도권을 잃을 수 있고 레임덕이 올 수 있다. 저들 낡은 세력들 때문에 내 원칙과 방침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국무위원의 자격에 대한 보편적 가치의 문제인데 이 정권 사람들은 이념의 문제로 보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하려 한다.

 앞으로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장관 임명에 대한 법적 논쟁이 크게 일 것이다. 그리고 장관 임명 후 여권과 청와대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수사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지지층을 결집시켜 여론전을 할 것이고 윤석열 총장의 개인 비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는 조국의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수사를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국면이 전개되면 야당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여당의 외압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보호하고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국민의 분노를 잘 조직해서 정국을 주도하고 장악해내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드디어 야당이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드는 깊은 수를 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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