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원 아동문학가

변정원 아동문학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의 모습을 문뜩 보고 있자니 내 자신부터 편안함의 극치를 누린다. 가장 편한 옷과 호흡을 다 빼내버린 목소리로 그 누구도 의식 하지 않는다. 남편역시 종일토록 컴퓨터 책상에 앉아 피곤한 눈을 받쳐준 안경을 벗어던지고 안보고 싶으면 안 봐도 되는 자유를 만끽한다. 아들도 학교에서 선생님들 상대하랴 아이들 지도하랴 긴장했을 마음을 내려놓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고가는 말들이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 거침없이 할 말을 다 한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부담 없는 마음에서 던져진 말들이 상처를 남기기도 하여 그 좋던 휴식 시간을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늘 곁에 있으니 이해해주길 당연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남들에게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늘 곁에 있는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평생 함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부터 다음달 10월까지 진영 한빛도서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고 극단이루마가 주관하는 ‘진짜 영(young)한 예술노리터!!’라는 영유아를 위한 연극 예술 주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8월 한 달은 방학기간이라 교사 역량강화로 유아교사 연수를 했다. 서울에서 온 강사들과 함께 피드백을 하며 영유아들의 교실 안까지 전달될 수 있는 극 놀이에 대하여 토론과 실제가 이어졌다.

 내게 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생각해보고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나의 발을 감싸 안고 땅을 밟아주는 구두와 서로 이야기 나누며 질문을 던지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는 이도 있었고, 항상 함께하는 차키, 지갑등 여러 가지의 사물을 낯설게 보기를 하면서 연극적 요소를 찾아내기도 하였다.

 예술은 역시 창의성과 상상력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이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본 것, 혹은 늘 곁에 있는 것에서 우연히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전혀 예술과는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표적 작가 마르셀 뒤샹의 최초의 오브제(objet)작품인 ‘레디메이드’가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변기통을 샘물이라고 보고 새롭게 해석하는 예술이다. 상징하는 기능의 오브제는 인간의 잠재의식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날마다 보는 사물에게 질문을 던지며 새롭게 해석하다보면 전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고, 의미조차도 달라질 수 있다. 나와 늘 있는 가족들을 낯설게 보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낯설게 바라보자. 수십 년간 살아오면서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 자신도 남편의 아내이기보다 남편의 엄마가 되어있는것처럼 느껴진다. 부부가 서로 일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다시금 새롭게 해석되어진다면 사라진 설레임과 기다림이 다시 올수도 있을지를 기대해본다. 정크아트와 같이 폐품을 사용한 조각이 오브제의 새로운 발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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