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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이 재난이다이홍식 칠산 행정사
이홍식 칠산 행정사.

 일상대로 흘러가던 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가스 테러, 자욱한 유독가스는 낮은 곳에서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갑작스러운 재난의 한 가운데에 놓인 두 청년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달리기를 시작한다.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엑시트'의 개략적인 줄거리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고 가족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재난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상황이 재난이다.’라고 자조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벌어진 재난 속에서 그저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달려야 하는 처절함이 어쩌면 요즘 세대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73.4%)이 우리나라 청년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구마저 보이지 않는 청년고용 참사, 이로 인한 결혼 기피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인들이 불행하다는 의견이 59.2%라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재난이 지진이나 쓰나미, 유독가스가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과 사라진 계층 사다리, 견고해진 빈부격차 등 우리가 처한 상황 그 자체가 재난이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최근 모 장관후보자의 딸 문제로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늘 치열한 자리싸움에 입시, 취업 등 어딜 가나 지옥의 경쟁을 쇠사슬로 된 족쇄처럼 질질 끌고 다니는 청년들이지만 그 사람의 세계엔 그런 지옥의 자리싸움이 없었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는가가 삶을 결정해 버리고 좋은 자리는 대물림하여 처음부터 임자를 결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과 정의를 부르짖는 잘난 부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청년들에게 허탈감과 함께 좌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것이다. 그러기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옛말이 되고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N포세대란 신조어가 회자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재난(disaster)은 그리스어로 별(aster)이 없는((dis) 상태를 가리킨다.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던 선원들에게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사회는 극심한 혼돈과 무기력에 빠진다. 지금의 우리 현실은 일본의 경제보복, 중·러의 동해안 침공,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밀물처럼 몰려든 경제불안과 안보위협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배처럼 혼돈스럽다. 그런데도 우리의 항로를 인도해줄  별이 보이지 않는다. 불법적 편법적 보복행위를 총동원하는 아베정권의 무모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결기를 다지는데 정작 국민의 안위를 염려해야할 정치인들은 연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분탕질을 일삼는다. 대통령병, 국회의원병으로 물든 무리들의 당리당략 다툼으로 지금의 재난상황이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난은 사회적 단합을 일으키는 동기로 여겨졌다. 즉 하나로 뭉친 사회가 구역을 따지지 않고 합심 단결하는 기적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9.11테러때 여객기로 쌍둥이빌딩을 폭파하는 재난상황에서 모건스텐리의 안전관리자 '릭 레스쿨라'는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게 하며 계단으로 대피시켜 거의 모두가 살아남는 기적을 보여주었고, 2017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 때에도 그 처참한 재해 현장에서 멕시코 민요를 부르며 밤새워 구조 활동을 벌이는 멕시코 주민들의 뜨거운 동료애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동료애를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본의 무역보복 행위를 사회적 재난이라 했다. 영화 '엑시트'의 주인공도 지금 우리상황이 재난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안위가 걸린 재난현장을 누군가가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안정시켜야 할것이다. 그 누군가가 앞장서 선창하는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재난을 극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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