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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조의 남명기사와 사신의 평가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학 박사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학 박사

  1555년(명종 10년) 11월 19일

 단성현감을 사직하는 상소를 올리다.

 경술일, 단성현감으로 새로 임명된 조식이 글을 올렸다.

 “생각하건대 선대임금은 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인 것을 모르고 처음으로 참봉벼슬에 임명하였고 전하가 임금자리를 계승하자 주부의 벼슬에 두 번이나 임명하였으며 이번에 또 현감으로 임명하였으므로 몹시 두렵기만 하여 마치 모기가 산을 진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전하의 앞에 가서 크나큰 은혜를 사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임금이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마치 목수가 재목을 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과 넓은 벌에 남아도는 재목이 없어 베여다가 큰 집을 지을 때에 목수가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는 제자리에 있기만 합니다.

 전하가 인재를 얻으려는 것은 나라를 가진 사람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신은 현감벼슬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우려되기 때문에 전하의 큰 은혜를 감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망설이면서 부임하기 어려워하는 뜻은 끝내 인재를 고대하고 있는 전하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이 부임하기 어려워하는 뜻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신의 나이는 60살이고 학식이 깊지 못하며 글재주는 병과시험에 합격할 만한 축에 들지도 못하고 행실은 아이들이 맡아 하는 일도 맡기 어려울 형편입니다. 과거시험을 보는 10여 년 간에 세 번이나 낙방하고 물러섰으나 원래 과거시험에 합격해 보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은 아닙니다. 설사 과거시험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은 제풀에 성내는 하나의 범상한 백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크게 쓰일 완전한 인재는 아닌 것입니다.

 더구나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는 절대로 과거시험을 보려하는가 안하는가 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잘것없는 신은 명성을 부당하게 얻어 해당 관리를 속였고 해당 관리는 명성만 듣고 전하에게 잘못 보고하였으니 전하는 과연 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글을 잘 짓는다고 생각합니까?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 반드시 도리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며 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신과 같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비록 주공, 소공 같은 재주를 겸해 가지고 나라의 권력을 잡은 벼슬자리에 있다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판인데 하물며 재질이 초개와 같은 이 하찮은 신에게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다.

 우로는 위기를 만분의 일이라도 수습할 수 없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털끝만큼도 돌보아 줄 수 없으니 전하의 신하노릇하기도 어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보잘것없는 명성을 팔아서 전하의 벼슬을 얻어 가지고 해당한 녹봉만 타먹으면서 해당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역시 신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이것이 부임하기 어려워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신이 보건대 근래에 변경에서 사변이 일어나는 것으로 하여 관리들이 때식을 미루어 가면서 바삐 돌아치고 있으나 신 자신이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은 이러한 사변의 말단이 20년 전에 있었는데 전하의 뛰어난 무력에 의하여 무시하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발생한 것으로서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조정에서는 뇌물을 보고 사람을 등용하였으나 재물만 긁어 들인 결과 백성들을 흩어지게 하였으므로 결국에 장수로서는 적임자가 없고 성 안에는 군사가 없게 되어 적들은 무인지경을 쳐들어 오게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괴이한 일이겠습니까.

 또한 대마도의 왜인이 길잡이와 몰래 결탁하여 만고의 끝없는 모욕을 들씌웠지만 전하의 위엄이 떨쳐지지 않고 몹시 위축되어 있으니 어찌하여 오랜 신하는 주나라 법보다도 더 엄혹하게 대하면서(남쪽 정벌에 나갔던 장수들이 형벌을 받는 것은 지적한 것 같기도 하다) 왜적에게 베푸는 은총은 도리어 망한 송나라보다도 더합니까.

 세종 때의 남쪽 정벌과 성종 때의 북쪽 정벌과 비교해 보면 어느 것이 오늘의 사태와 같겠습니까. 그러나 이와 같은 것은 피부병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심장의 병으로 될 것은 없습니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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