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감이여

요리는 감이여 /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32p / 1만 7천 원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레시피 대로 시간을 따지고 분량을 체크하며 정확하게 한다고 했는데, 어딘지 부족한 맛을 확인할 때가 더 많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요리는 감으로 한다는 할머니들의 책이 나왔다. 충청도 사투리로 요리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정확한 시간이나 분량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 내내 군침이 돈다. 어떻게 만드는 걸까, 무슨 맛일까 상상하다 보면 이 음식들로 차려진 밥상을 받고 싶어진다. 밥상을 차려주는 할머니 손을 꼭 잡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
 
 이 책은 한글학교에 다니는 51명의 충청도 할머니들이 충청남도 교육청 평생 교육원에서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을 통해 손 글씨로 쓴 요리법을 엮은 책이다. 할머니들  말고도 이 책에 참여한 분들이 더 있다.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재능 기부로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들의 말씀을 채록해서 정리했다. 할머니들 캐리커처 그림도 있다. 할머니들께 어떤 질문을 할까,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 여쭈어보고 녹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할머니들이 쓰시는 충청도 사투리까지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손글씨에 청소년들이 그린 그림, 할머니의 삶을 채록 정리한 글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한 이 책이 탄생했다. 충청도 지역 신문기사에서 책에 참여한 분들이 모여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빼곡한 단체 사진이었다.

 책의 내용만큼 책의 제작과정이 아름답다. 할머니들은 자라는 청소년들이 기특했을 것이고,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은 할머니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와 요리법이 신기하고도 재미있었을 것이다. 청소년, 학부모, 할머니들까지, 3세대가 모여서 만든 책이다. 그렇게 세대를 아우르는, 앞 세대가 후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기록됐다. 세대공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할머니들이 전하는 한평생 손맛 이야기는 정겹고 풍성하다. 어머니의 손맛이 딸에게로 며느리에게로 대물림 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전 국민들에게 할머니 손맛의 비밀을 전수하는 책이다.

 할머니들은 "요리는 레시피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감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에서 제목을 따와서 지었다. 책은 김치와 장아찌, 국·찌개와 반찬, 요리, 간식의 4부로 구성됐다. 떡이나 된장처럼 흔한 음식도 있고 병어볶음처럼 생소한 음식도 있다. 먼 길 가는 아들에게 들려 보내는 이순례 할머니표 질겅이장아찌(할머니는 질경이를 질겅이라고 한다), 같이 모여서 나눠 먹는 조재용 할머니표 돼지배추김치찌개, 일 끝나고 남편과 소주 한잔하며 먹는 김입분 할머니표 돼지껍데기무침…. 입맛이 절로 도는 요리들도 만나볼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근래 들어 어르신들이 책을 많이 내고 있다. 그 책들 중에서 이 책은 특히 더 돋보인다. 3세대가 한 자리에 모인 세대공감, 평생 써 온 구수한 입말, 가족과 함께 해 온 음식이 이 책 안에 모두 있다. 할머니의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듣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가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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