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일 논설위원/ 변호사

김은일 논설위원/ 변호사

 로버트 그린의 최근작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현실만을 본다'는 것을 인간 본성의 열쇠로 제시한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인데 인간이 자신의 렌즈로 세상에 색깔을 입히고 모양을 정해 좋고 나쁘고 추하고 아름답고를 정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어떤 환타지를 만들어내고 그것만을 보려하는지 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광복절 경축사로 파악한 문재인의 환타지는 '민족끼리', '민족통일', '분단극복' 등과 같은 민족에 대한 강한 열망이었다. 대통령에게 그런 바람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날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소위 '우리 민족끼리'에 대한 애착은 생각보다 훨씬 심한 수준에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민족에 대한 강렬한 염원은 민족끼리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위험을 무시해버리는 태도를 낳게 된다는 근본적인 위험이 있다. 어떤 문제든 좌와 우,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인데 이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안위를 책임지는 지도자로서는 당연한 책무인데,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한쪽만 바라보며 집착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위험한 태도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편집증적 염원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되자 급기야는 '평화경제'란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이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것이라는 기염을 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동네 슈퍼가 노점상과 손잡고 이마트를 이기겠다는 말과 같다는 조롱이 뒤따랐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소위 '평화경제'의 파트너인 북한의 반응이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일컬어 "아랫사람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기는 사람"이라고 비하하고, 평화경제 구상을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조롱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박도 없이, 연일 미사일을 쏘며 한국과 자신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어대는 북한을 경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진영을 향해 오히려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라는 등의 비난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베트남이 공산화되기 전의 남베트남과 어찌 이리도 같을까싶다.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틈만 나면 탄도미사일을 쏘고 협박을 일삼는 북한을 경계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한다는 것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당연한 명제인데,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이런 분열적인 사고에만 사로잡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아래 국민을 방치하고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서 가는, 각자 도생의 길을 가야 하는가.

 그는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청와대에서 "한국경제의 희망은 평화경제뿐"이라며 녹음기를 튼 듯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 자체로 훌륭하고 튼튼하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해왔다. 정부가 설익은 이념에 사로잡혀 대기업 죽이기, 탈원전이니 뭐니 하면서 우리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자체로 희망적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무도한 나라와의 경제협력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지언정 희망이 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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