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허균 편집국장.

 『다들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 경제대국 일본에 순응하면 죽을 고비에서도 살 길이 생기는데, 왜들 저렇게 살 길을 놔두고 죽을 길을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무지하고 몰지각한 아이들이 성공하지도 못할 일제 불매 운동을 벌이더니, 그 뒤에는 각 지방에서 뜬소문을 듣고 어른들도 따라 한다고 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나라 경제가 더욱 위태롭구나. 경제대국 일본으로부터 자립하고 싶으면 우선 힘부터 길러야 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발표 이후 국내에서 촉발된 '보이콧 재팬'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보이콧 재팬'에 대한 국민의 호응은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원만하지 않았던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중에 독자들에 소개하고픈 글이 있어 옮겨 보았다. 이 글은 '일당' 이라는 자신의 호나 이름보다는 매국노로 더 알려진 이완용이 딱 100년 전,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던 3ㆍ1만세 운동을 보고 격분한 나머지 매일신보에 3차례에 걸쳐 기고한 글이다. 각색을 하긴 했다. 이 글은 100년 전 문투인데다 중국어 문장으로 돼 있어 원문 그대로는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3차례에 걸쳐 쓴 이 글을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리고 또 고쳤다. 고친 곳은 2개의 단어인데 '3ㆍ1만세 운동'을 '일제 불매운동'으로, '독립'을 '경제 자립'으로 바꿨다. 단어 2개를 바꾸어 사용했을 뿐인데 지금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놀랍기까지 하다.
 
 1919년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던 3ㆍ1만세 운동을 보며 기고를 했던 이완용은 죽고 없지만 아직 대한민국에는 이완용이 같은 이가 한둘이 아니다.
 
 이완용 같은 이가 부지기 수니 정치권에 '토착왜구(土着 倭寇)'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토착왜구는 자생적인 친일 부역자를 뜻하는 사어였다가 최근 다시 활성화됐다.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8년이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는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이 실렸다. 대한매일신보는 토왜를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뜬구름 같은 영화를 얻고자 일본과 이런저런 조약을 체결하고 그 틈에서 몰래 사익을 얻는 자 △암암리에 흉계를 숨기고 터무니없는 말로 일본을 위해 선동하는 자 △일본군에 의지하여 각 지방에 출몰하며 남의 재산을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자 △저들의 왜구 짓에 대해 원망하는 기색을 드러내면 온갖 거짓말을 날조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독을 퍼뜨리는 자 등이다. 
 
 이 시대 이완용, 즉 토착왜구를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완용이 100년 전에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2019년을 사는 이완용에게 소개하고픈 글귀가 있어 옮긴다. 첫번째 글은 백범 김구 선생의 글이고, 두번 째 글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 변절자를 백번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 왜놈보다 무서운 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민주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도 비할 바 없이 성장하였다.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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