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칠산 행정사

이홍식 칠산 행정사.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평소엔 온순하면서 배려가 많은 성품인데 술만 한잔 들어가면 고집불통이 된다. 그답지 않게 주장이 강해지고 양보할 줄을 몰라 꼭 다툼이 생기고 분위기를 망쳐놓기가 일쑤다. 그러고는 늘 그날의 일들을 후회하는 눈치다. 둘러앉아 대화는 나누는데 사소한 이견이라도 생기면 조금도 양보하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으니 그러는 거라고 가끔 충고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말속에 있는 의미도 같이 느끼려 한다. 그래서 대화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있어야만 서로를 위한 대화가 될 수 있으며 대화를 할 때도 타협과 절충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만 양보하면 양측에 다 유익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음에도 서로가 말들만 주고받고 도대체 타협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의 대화 행태를 보면 정말 타협이 어려운 것인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요즘 일본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로 인하여 한일관계가 심상찮다. 아베 정권은 과거 일제와 그에 부역한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피해자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이를 인정한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판단과 정부의 정당한 조치를 가로막기 위해 수출규제 등 부당한 경제보복과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안팎의 정세가 엄중한데도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선 갑론을박 말들만 많고 정작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 되지 못한 모습에 국민들의 탄식 소리만 들려온다. 한 정당은 다른 야당을 향해 일본을 위한 ‘엑스맨’이라 하고 그 야당은 ‘일본 팔이’를 당장 중단하라고 소리친다. 국민은 일상에서 불매운동이며 여행자제며 다양한 형태로 대일결속의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정작 힘을 합쳐야 할 국회의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국회 방일단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429년 전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통신사 사절단 얘기가 나오고 동인, 서인의 당파싸움을 예로 들어가며 한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하는 광경을 보고는 정말 ‘웃고프다’라는 생각만 든다. 당리당략에 의한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색깔 공세와 편 가르기를 즉각 중단하고 경제적 주권과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주길 바란다. 지금의 경제적 국난 속에서 여야의 정치인들이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싸울 한가함을 국민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유념했으면 좋겠다.

 일본은 반도체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1천100여 가지 전략 품목을 수입할 때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 통상마찰이 전체산업 분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거 불법행위의 진실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불법적, 편법적 보복행위를 총동원하는 아베 정권의 무도함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자발적인 항의 행동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며 결기를 다지는 국민 앞에 정파를 떠나 국난을 극복하는데 단합된 힘으로 대처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애국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일제식민지 45년 치하의 수모는 잊을 수 없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1965년 이후 54년 동안 단 한해도 일본에 무역흑자를 낸 일이 없으며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지난 18년 동안 세계 230개 교역 국가와의 무역적자가 782조 원이며 그중 대일무역적자가 512조 원이니 대한민국의 무역적자는 일본이 다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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