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허균 편집국장.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발표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사지않겠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중에 일본 제품을 구매하고 인증하는 국내 한 극우 사이트가 눈살을 찌푸려지게 한다. 이 사이트의 일부 회원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제품을 구매하고 인증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일제 의류를 구매·인증하면서 '입어서 응원하자'는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분명 한국인일텐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난 채소와 고기를 먹으며, 이 나라 국민으로 살면서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기가 찬다.
 
 일본이 오는 2일 대한민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일본의 백색 국가란 일본이 자기 나라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것 같은 첨단기술이나 전자부품 등을 다른 국가 등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가리킨다. 안전 보장 우호국이라고도 한다.

 일본으로부터 아직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지 않은 한국은 아시아에선 유일한 일본의 백색 국가다. 일본으로부터 백색 국가로 지정된 한국은 일본의 중소기업이 만든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품 중 1천120개를 일본 정부의 특별한 제재 없이 수입할 수 있다.  

 사실 우리 국민은 지금의 이 사태가 있기 전에 한국이 일본의 백색 국가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는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았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로 자기들 마음대로 지정하고 자기들 나라 중소기업의 물품을 수월하게 구입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물론, 일본 중소기업의 물품이 타국의 제품보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우수했기에 우리나라 기업도 이들의 제품을 구입해 왔을 것이다.
 
 경제대국인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구매자이고 일본은 판매자다. 물건을 구입하는 자가 '갑'이지, 판매자가 '갑'일 수 있는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갑질을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물론, 일본의 중소기업에서만 생산되는 한정적인 물품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만 하는 일부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물건을 판매하는 자가 구매자에게 배짱을 부리는 행위가 맞는가.
     
 어떤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이 무역 규제를 시작한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에 경제대국 일본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일본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일본을 이기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찌보면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들의 말은 1800년대 구한말 친일파와 일본 강점기 시절 일본에 부역했던 매국노의 입에서 내뱉어졌던 말과 무척 닮아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일본보다 크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일본의 중소기업 제품에 목을 메고 있을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소재부품산업에 투자해 대 일본 의존도를 좁혀나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 '보이콧 재팬'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최소한 일본에 빌붙어 지금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려는 마음 따윈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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