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역사는 미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연구하여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될 상속할 수 있는 인자를 서술하는 것이라고, 프랑스의 문인이며 역사가인 앙드레 모로아가 말했다. 오늘의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우리 조상 가야인의 옛 모습에서 찾아봄직하다.

어무적

어무적은 김해사람으로 조선조 연산군 때의 시인이며, 자는 잠부요, 호는 낭선이며 본관은 함종이다. 할아버지는 생원 어변문이며, 아버지는 사직 어효량이다. 어무적은 장성한 다음에도 서자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많은 정신적 갈등과 현실적인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이제신의 ≪청강시화≫에 보면 어렸을 때의 어무적의 뛰어난 재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어무적이 아버지를 따라 이른 새벽 절간을 지나갈 때에, 산 봉우리에 구름이 덮여 있는 것을 보고 시를 지어 보도록 했더니,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고 한다.

 

청산은 객이 오시매 예절을 차리어

백운의 갓을 머리에 썼도다.

 

이와 같이 충중한 글 재주를 가지고 있었기에 모계가 비천한 관비출신이었음에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당시의 사회적 제도와 여건상 그는 자신의 기계를 크게 떨치지는 못했다.

그는 연산군 7년에 상소를 올려서, “나는 천민출슨으로 벼슬 할 생각은 없지만, 옛말에 ‘집이 위에서 새는 것을 밑에서 가장 잘 안다’고 했듯이 지금 이처럼 밑에 있으면서 세상의 새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하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낱낱이 들어서 밝혔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다. 그가 살던 고을에서 백성의 매화나무에다 세금을 부과한 일이 있어, 백성이 나무를 도끼로 찍어버렸는데, 이를 보고 관장의 횡포를 규탄하는 <작매부>를 지었다가 체포령이 내려, 도망하여 유랑하던 중 어느 역사에서 객사하고 말았다.

 

매화나무를 잘라내는 노래

세상에는 향기 내는 좋은 지도자 없고

지금은 뱀과 호랑이 같은 잔인한 법에만 힘쓴다.

참혹함은 이미 숨어 사는 꿩에게 이르고

정치는 뿔 없는 양들에게 더욱 참혹하다.

백성이 한 사발 밥에 배부르면

관리는 군침을 흘리며 분노를 일으킨다.

백성이 한 번 솜옷으로 따뜻하면

아전은 팔을 걷어붙이고 살을 벗긴다.

나의 향기는 들판에 굶어죽은 영혼을 덮고

꽃잎은 떠도는 백성의 백골에 뿌려진다.

상심함이 이 지경임을 아는데

어찌 초췌함을 논하겠는가.

어찌하리오, 농부들이

도끼날에 치욕을 당함을 알지 못함을

바람도 매섭고 달빛도 괴로우니

누가 단장의 영혼을 불러주나.

황금 같은 열매는

아전의 창고에 흘러넘친다.

낱알의 수를 늘리고 배로 징수하니

문득 반항하면 채찍으로 얻어맞는다

아내는 원망하여 낮에 울부짖고

아이들은 울며 밤을 지세운다.

이는 모두 매실 때문이니

매실이 더욱 좋은 물건이 되었다.

남산에 가죽나무가 있고

북산에 상수리나무가 있도다.

벼슬아치는 그것을 상관하지 않고

아전도 그것은 요구하지도 않는다.

매화는 도리어 없는것만도 못하니

어찌 잘라버림을 거부하리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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