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도의원

신상훈 도의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재일조선인, 독립 이전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조상들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재일한국인'과 사실상 무국적자인 '조선적'까지 모두 아우를 때 재일조선인이라는 단어를 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 재일조선인은 어떠한가?
 
 일본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라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재일조선인 4세인 이충성이라는 축구선수가 있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한반도를 밟아보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일본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귀화 제안을 받았으나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을 선택한다. 하지만 조국에서 그가 들은 말은 ‘반쪽바리’다. 그에게는 그 어느 욕보다도 충격적인 단어였다. 자신의 출신은 물론 재일조선인 전체를 부정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타다나리 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2011년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우승하는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우리는 추성훈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 그만큼 재일조선인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이충성, 추성훈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익숙한 재일조선인이 꽤 많다.

 축구인 정대세와 안영학, 야구인 장훈과 김성근, 연예인 슈(SES), 故 권리세(레이디스 코드) 등이 있다. 일본에서도 마츠다 유사쿠나 후지모토 미키 등 국민 연예인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 재일조선인이 다수다. 이들 모두는 예체능인들이다.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는 조선적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한국 국적 취득자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예체능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재일조선인 1세대의 직업은 대부분 청소였다. 그러나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선학교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우리말을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해 큰 기업을 이룬 이들도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한 소프트뱅크의 창업주 손정의를 비롯해, 한일전기 창업주 김상호, 신한금융지주 설립자인 이희건, ABC마트의 창업주 강정호 등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경제계의 큰 손으로 자리 잡은 재일조선인이 꽤 많다.

 일본의 이해할 수 없는 수출규제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서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본에 가지 않겠다며 또 사지도 않겠다며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지만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일본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없을까?

 지난 2013년 2월 8일 나를 비롯한 16명의 대학생들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가 일본의 우경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우리의 용기 있는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지만, 일본 내 발생한 반한 감정으로 재일조선인 사회는 피해를 받았다는 소식을 훗날 전해 들었다. 이번 불매운동 역시,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 재일조선인, 이번 한일 양국의 대립 속에서 어쩌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곳은 그들일 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