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 시인

은하사

김참 시인

자정 지나 첫울음 울던 아기와
잠든 아내 몰래 찾아간 신어산
수로 할아버지 때 지었다는 은하사
대웅전 수미단에도 연못 다리에도
새겨진 가야의 신어神魚들
낙엽 쌓인 돌계단 지나
보슬비 내린 뜰 천천히 거닐다
공중에 가지 뻗는 고목을 본다
절 마당에 뿌리 내리고 우뚝 선 나무들
별빛 환한 새벽 뜰에 서서
나는 넋 놓고 나무를 올려다본다
나무들도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것 같다
아버지 낳고 할아버지가 올려다봤을지 모를
저 오래 된 나무들과
은하사 새벽하늘 빛나는 별빛


약력
김해 삼방동 거주
『문학사상』 등단
시집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외
현대시동인상 수상 외

 

양민주 시인

 ◈ 양민주 시인의 시평

 우리나라엔 수로왕의 후손이 가장 많이 산다. 시인은 수로왕의 후손이고 수로왕이 살았던 나라인 김해에 산다. 우리나라엔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시인은 왜 하필 김해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것일까. 태어난 곳은 김해가 아니지만 어느덧 이십년 넘게 김해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인은 김해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는 태생이 김해다. 아기와 아기엄마가 잠든 새벽, 혼자 신어산 은하사에 간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그 때 신어 문양들과 고목과 별빛을 생각하며 쓴 시로 보인다. 나도 김해에 산다. 우리는 왜 김해에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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