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학 박사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학 박사

 남명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인생관을 확고히하여 수양(修養)을 통하여 채찍질함과 동시에 엄격하여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하여 좌우명을 짓고 사물마다 명사를 새겨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참고로 사전에 의하면 명(銘)의 뜻은 '새긴다(각야 刻也)'이다. 곧 명은 기물에 글을 새겨 넣는다는 뜻을 지닌다.

≪동문선≫에 보이는 가장 오래된 명은 <도솔원종명 兜率院鐘銘>이다. 자상(慈尙)이라는 스님이 발원하여 만든 도솔원의 종에 김부식(金富軾)이 쓴 명이다. ≪동문선≫에는 이 밖에 이규보(李奎報)·이색(李穡) 등의 명이 70여 편 수록되어 있다.

 그 이후에는 명의 제작이 그리 융성하지 못하였고, 다만 묘지명·묘갈명·탑명 그리고 좌우명 등이 많이 지어졌다.

 형식은 운문으로서 대개 격구로 압운이 되어 있다. 자수는 대부분 4언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간혹 3언·5언·7언 또는 잡체로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명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명을 쓰게 된 동기 등을 밝혀주는 병서(倂序)가 수반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묘지명이나 묘갈명의 경우는 반드시 고인의 행적을 상세히 산문으로 기록한 서문이 따른다. 명은 이 서에 이어 서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운문의 형식을 담아 놓은 것이다.
 
 명문의 내용은 대개 사건의 전말이나, 기물의 내력, 유래에 관한 기록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명은 자연히 사람의 공적을 기리는 일도 동반한다. 그리고 명문 가운데에는 경계의 의미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훈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경구를 아침, 저녁으로 보는 그릇에 담는다. 늘 곁에 두고 접하는 기물에 자신을 반성하는 자료로 삼는 글을 적어놓는 좌우명 등이 대표적이다. 남명이 지어서 실천한 명을 보면,

 좌우명(座右銘)

 언행을 신의있게 하고 삼가며  
 사악함을 막고 정성을 보존하라.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패검명(佩劍銘)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이요  內明者敬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다.  外斷者義

 
 혁대명(革帶銘)
 
 혀는 새는 것이요,  舌者泄
 가죽은 묶는 것이니.  革者結
 살아있는 용을 묶어서,  縛生龍
 깊은 곳에 감추어 두라.  藏漠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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