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칠산행정사 사무소 대표 행정사(시인/수필가)

이홍식 칠산행정사 사무소 대표 행정사

 U-20 월드컵 대표팀의 아름다운 동행이 피파(FIFA)주관대회 준우승이라는 기록적인 신화를 남기면서 마무리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원팀의 저력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남았고 매 경기마다 다양한 전술과 용병술로 우리를 놀라게 한 정정용 감독에게 국민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진정 빛나는 것은 정정용 감독이 보여준 신뢰와 교감의 리더십이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함께 호흡했고 선수들의 자유를 존중해주며 이들의 에너지를 이끌었다. 세네갈과의 4강전이 끝난 후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에게 보낸 물병 세레모니는 우리 사회의 많은 지도자들이 그 모습을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지켜보았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의 인간은 수많은 집단을 형성한다. 작게는 가정과 친척, 친구에게서 크게는 학교, 단체, 직장과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위적이든 그렇지 않든 인간은 수많은 집단에 귀속하게 되며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아니면 아주 많은 사람이든 그 사람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함께 나가는 길의 선두에 선 사람이 리더다. 그렇기에 조직은 리더에 의해 움직이고 그 리더의 행동은 조직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않아도 될 덕목까지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덕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이끌 경우 그 조직은 망해서 없어지거나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산대사께서 눈 덮인 들판을 어지러이 걷지 말라고 충고한 것은 리더가 얼마나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일깨워 주고 있는 말인 것이다.

 우리는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은 지도자들의 일상을 접한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들이 각종 비리 사건으로 연루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다. 국민들의 대표라 하여 국민에 의해 구성된 국회에서 그럴듯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는 스스로 그것을 위반하여 폭력을 자행하는 행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만약 변명의 여지가 있다면 평범한 소시민이 전날 먹은 술로 인해 아침 운전을 하다 음주단속에 적발되었을 때 얼마 먹지도 않았고 잠도 푹 잤으며 먹고 살기 위해 직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면 그것도 용인되어야 할 것인가?

 정당 해산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하여도 국민이 선출한 책임이 있으니 다음 선거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 온당한 지도자의 답변인지도 의문스럽고,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서도 또다시 파행의 길로 가게 한 어느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그러한 합의의 파기가 국민의 뜻이었다고 하는데 그 지도자가 말하는 국민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질은 그때마다 달랐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상관없이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리더십이다. 그런데 그 리더십에는 사람을 떠나게 하는 리더십과 사람을 모으는 리더십이 있다고 한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보다 조직을 화합시킬 수 있는 리더십, 즉 사람을 모으는 자질이 필요한 것이며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지도자의 자질인 것도 그 때문이다.

‘오대영’이라는 조롱 섞인 닉네임을 선사 받고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히딩크를 우리나라 지도자가 가장 본받을만한 리더로서 링컨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했다는 한국 리더십센타의 조사결과가 새삼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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