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쉬겠습니다

딱 1년만 쉬겠습니다 - 격무에 시달린 저승사자의 안식년 일기 / 브라이언 리아 글·그림, 전지운 옮김 / 책밥상 / 176p / 1만 7천 500원

 

추천 / 김성희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1초에 두 명씩 죽은 사람을 맞이하느라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 저승사자에게 인사부에서 1년 동안 휴가를 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출장 이외엔 여행조차 다녀본 적이 없는 저승사자는 고민 끝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낯설고 두렵지만 비 맞으며 놀기, 새소리 듣기, 내 상태 업데이트, 일출 보기 등의 목록을 하나씩 해 나가며 일기로 기록한다. 1년 후 일터에 복귀한 저승사자는 지금까지 집착했던 '죽음'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삶'에 대해 노력하기로 한다.

 이 책은 '쉼'보다는 '일'에 치우친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다. '귀하의 지속적인 헌신에 매우 감사드리며, 1년의 휴가를 드립니다'라고 한다면 기쁘게 휴가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리에 대한 불안함이나 경제적 문제 등의 이유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과 쉼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때론 '쉼'에서 새로운 인연, 새로운 길을 만나고 삶에 대한 변화의 계기도 얻을 수 있다고 격려와 용기를 주고 있다.

 △1년 동안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 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생활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정말 1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내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일단 잠이나 실컷 자면서 피곤을 풀고, 여행도 가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도 해보고….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미리 준비하는 과정만을 끊임없이 수행하고 있다. 진학과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고, 경쟁에 이겨 가까스로 살아남으면 더 힘든 일과 만난다. 싫든 좋든 야근을 하고, 휴일을 반납하면서 승진을 위해 달린다. 밀려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노후준비를 하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준비한다. 재테크를 못하면 바보 취급당하게 되니까. 그렇게 쉬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면 어느 순간 몸이 삐걱거린다. 쉬지 않고 일해 온 육체가 드디어 반기를 든다. 그렇게 되고 나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삶의 과정 동안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대체로 우리의 삶은 이렇게 굴러간다. 도대체 언제쯤 우리가 바라는 그 순간이 올까. 언제쯤 쉴 수 있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 중에 연휴기간을 만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겠다고 집을 나서는 그 많은 사람들을 보라. 떠나지 못해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한번쯤은, 제대로, 쉬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휴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지키며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도 함께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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