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김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가 '허왕후'다. 그것은 '수로왕 신화'에서 차지하는 '허왕후'의 비중 때문이다.
'허왕후'라는 인물을 놓고 학계에서는 그의 실체와 도래 경로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 문헌적 자료인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아유타'라는 이름을 놓고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한 논박들이 이어졌고 도래 경로를 두고도 논박들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 와서 이루어지고 있는 '허왕후'와 관련된 논박들은 그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컨텐츠적 활용을 위한 논박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컨텐츠에는 자본적 개념이 존재하고 있다. '허왕후'라는 사료적 존재를 자본화시켜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의도가 '허왕후'라는 컨텐츠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긍정적 의미가 존재한다. 역사적 인물을 활용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역사 인식을 제고 시킨다는 점과 인물의 재해석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상호 분리되어 이원화 된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함으로써 의미 있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왜냐하면 '허왕후'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컨텐츠는 개인의 감성이 만들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 진실은 개인의 감성으로 구축되는 가공물이 아니다. 고증을 통해 제대로 된 의미를 밝히고 이것을 시대적 감성으로 재구성해야 바람직한 컨텐츠물이 된다는 뜻이다.

 김해는 아유타가 인도의 지명이라는 전제하에 인도와 수교를 맺고 경제적 교류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자에는 대통령의 경제정책과도 궤도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더불어서 각 시민단체들의 컨텐츠 사업도 이 정책에 부응이라도 하듯 다방면에서 컨텐츠물을 생산했거나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컨텐츠 문화가 시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맞물려서 하나의 힘이 되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봐서 제대로 된 컨텐츠로써 시 정책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시킬수 있다면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공연물 하나를 만들어서 인도에서 공연을 하고 그것이 인도인들의 관심을 끌어서 그들의 김해에 또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이것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시에서도 이와 같은 효과를 위해 정책적으로 컨텐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컨텐츠 개발에는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예컨대, '허왕후'의 도래적 의미와 '수로왕과의 결합이 갖는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럴 때 항간에서 제작되고 있는 것들의 주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결합'을 로맨스 즉, 흔한 러브스토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 볼 수 있다.

 수로왕 신화는 신화적 세계관하에서 구축된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관점이 신화시대와 지금의 역사시대는 다르다. '허왕후'는수로왕이 가락국을 건국한 이후에 등장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허왕후'의 도래는 어떤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지, 그가 도래한 곳의 지명의 의미는 무엇인지, 도래과정에서 행해진 절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이해해야 하는 전제적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컨텐츠물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허왕후'를 소재적으로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학자들의 주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진실을 알지 못한다고. 그러나 당대의 세계관적 관점에서 자세히 보면 보인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는 것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남의 말에 의존하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공부해 보지 않은 자가 남의 눈으로 진실을 보려고 한다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컨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역사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컨텐츠가 될 것이다.'허왕후'라는 컨텐츠를 기획하려면 창작자의 제대로 된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컨텐츠는 자본적 소비재이면서 역사적 지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적 컨텐츠는 더욱 그러하다. 길을 모르는 자가 안내하는 길은 불안하고 위험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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