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0시부터 '삼삼오오'

 

지난 16일 오전 1시 봉황동 수릉원에서 시민들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며 U-20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15일 오후 10시부터 '삼삼오오'
 준우승 그쳤지만, 큰 위로와 힘 얻어

 "아쉽게 우승컵은 놓쳤지만 젊은 태극전사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1시 김해 봉황동 수릉원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맞붙는 U-20(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러 온 시민들로 인해 북적였다.

 15일 오후 10시부터 수릉원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시민들은 경기 시작 15분전부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를 외치며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했고, 일부 시민은 큰북을 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에 열기를 높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불과 3분 만에 우리나라 대표팀은 상대 수비수의 반칙으로 패널티킥을 얻었다. 미드필더 이강인이 침착하게 찬 공은 골키퍼를 피해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펄쩍펄쩍 뛰거나 옆 사람을 껴안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전반에 동점골을 내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후반전에 2골을 추가로 내줘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역전패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릉원에 머문 시민들은 "그래도 잘 싸웠다", "젊은 선수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 "자신감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줘 고맙다"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비록 졌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준우승이라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막내임에도 의젓한 면모를 보여 '막내형'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강인은 이번 대회 2골 4도움으로 최우수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볼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류진아(21·내동) 씨는 "이번 대회서 이강인의 활약이 출전한 모든 선수 중에 가장 빛났다"며 "앞으로 박지성과 손흥민을 능가할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18세 나이로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것은 2005년 축구의 전설 '리오넬 메시' 이후 이 선수가 1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한국 축구의 미래에 빛나는 진주를 얻게 된 셈이다.

 이강인 선수뿐만 아니라, 이번 U-20 월드컵에 나선 신세대 태극전사들의 축구는 과거와 크게 달랐다. 우리나라 축구 특유의 불굴의 투혼, 강인한 체력 등의 강점을 계승하면서도 '즐기는 축구', '흥의 축구'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부담감과 긴장감에 기가 죽고, 강팀에 밀린다 싶으면 쉽게 주저앉던 과거 한국 축구와 달리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줬다. 특히 유럽 프로리그 선수들과 맞붙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8강전을 앞두고 "멋지게 한판 놀고 나오자"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고, 이강인 선수도 결승전을 앞두고 "나가서 즐기고, 좋은 추억을 만들면 된다. 잘 뛰고 행복하면 된다"며 주변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자신감과 승부욕은 국민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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