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시인

임대 아파트가 술렁인다
며칠째 방치된 오십대 남자의 시신
조문객은 11층 아파트를 애워 싼 금파리떼들
이들이 죽음의 냄새를 아파트 전체로 분사시킨 것이다

사라짐의 시간
죽음은 안개 입자처럼 골고루
복도 안 모든 것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지만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다
눈물의 얼룩을 따라 가 보면 곳곳이 외로움의 자국들
그 간절한 손짓이 굴절되어 살갗 바깥으로 삐져나온 뼈
누군가의 입김이 필요로 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빈집이었다

밀폐 된 문틈 사이 혼과 백은 떠돌고
유리되는 아픔의 보이지 않는 벽은
소통을 위한 몸부림이 가로 막아
갇혀버린 혼자만의 시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깨끗한 취사도구
원초적 본능도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천 삼백 세대, 아파트에서 고립된 그만의 성에 갇혔다

서로의 손짓이 어긋나는 순간
지구의 작은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섯 시간에 한 명씩 막막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삶을 중단하고 있다

드디어
청소용역업체가 도착했다
한 사람의 애절한 눈물의 기록을 지웠지만
그의 흔적은 영원히 허공을 맴돌 것이다

 

박지현 시인

 시인 약력

 김해문인협회 회원
 시집 '하얀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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