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잠실동 사람들 /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464p / 1만 3천 500원

 

추천 / 김이석
김해시 인재육성지원과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사회에 얼룩진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열광했던 이유는 누구나 교육과 이와 연관된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 추천하는 정아은 작가의 '잠실동 사람들'은 잠실동을 배경으로 학부모, 학생, 선생, 그외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우리가 사는 사회를 풍자한다. 각 챕터마다 시점이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다 결국에는 하나로 모이는 점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SKY캐슬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면 '잠실동 사람들'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정아은 작가는 '모던 하트'로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SKY캐슬'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묵직했다. 방영 당시에 큰 화제였고, 교육전문가들이 많은 담론을 쏟아냈고, 언론에서도 사회현실을 진단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일류 대학 졸업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아야지"라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훌륭한 사람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해주는 어른도 선생님도 없었다. 사실 훌륭한 사람과는 애시당초 거리가 멀었던 말이었다.
 
 가난을 벗어나고,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었고, 그렇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기득권을 가진 계층이 더 이상 다른 계층이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또 다른 계급사회가 되어버렸다. 드라마 'SKY캐슬'이 그것을 보여 주였다.
 
 소설 '잠실동 사람들'은 그 속내를 더 세심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 소설 배경이 잠실인 이유가 있다. 잠실은 서울 강남 3구 중 하나이며, 서민들의 주거지였던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재건축된 고층 아파트 지역이다. 작가는 '강남'에 속하고 싶은 욕망과 아무나 속할 수 없는 '중산층'이라는 계급 사회를 실감나게 그리면서 독자의 공감을 얻어낸다. 즉 이 작품 속 '잠실'의 의미는 "지배계급의 신분과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그들이 스스로의 경제적 능력을 활용해 찾아낸 도약대"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자녀를 성공시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부모의 이기심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로는 복잡한 현실을 다 말 할 수 없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살고 있다. 태어나서 줄곧 교육 서비스를 받는데 익숙한 아이들과 학부모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선생님, 모욕감과 치욕감을 견디면서 엄마들 눈치를 살피는 과외 교사와 학습지 교사, 자녀교육에 대한 확신 없이 떠도는 소문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는 부모….

 소설은 계급을 상승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교육'을 좇는 부모들과 '교육'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우리 삶의 맨얼굴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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