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원 아동문학가

변정원 아동문학가

 얼마 전 난독증을 치료하는 교사들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교육을 다녀왔다. 난독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기법을 통해서 책과 친해지고 바르게 읽고 인지하는 방법을 교사들에게 알려주었다. 요즘에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난독증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생소한 분야였는데, 난독증이란, 듣고 말하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소아 혹은 성인이,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를 말한다. 예전에는 발음체계가 복잡한 영어권 나라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증세이다. 필자도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를 책읽기 지도를 했었는데 그 아이의 부모는 양쪽 다 초등학교 교사였다. 책을 읽으라고 하면 그 아이는 머리카락을 뽑거나 단추를 뜯기도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 증세가 그저 심리 불안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생각해보니 그것도 난독증세였다. 

 난독증이란 글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 글자를 읽지 못하는 것으로 증상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요즘은 책을 소리 내어 읽지 못하거나 심하게 더듬거리고, 글자를 그대로 읽지 않고, 마음대로 읽는 어른과 아이들이 있다. 지능과는 관련이 없다. 지능이 높은 사람 중에도 난독증을 앓은 이들이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극작가 웬디 워서스타인, 에미상 수상 드라마 작가인 스티븐 캐널, 유명 배우 톰 크루즈도 어렸을 적에 난독증을 겪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그들의 관심분야를 다른 식으로 생각하거나 표현하기 때문이기도 하나 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도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현대에 와서는 게임 중독, TV 과다 시청 등으로 더 많이 확산되는 추세다. 필자도 성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거나 말을 할 때도 심각하리만큼 쓰여진데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앞서가는 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난독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책을 읽거나 읽어주는 것이다. 책을 읽어주되 매일 읽어주어야 한다. 내가 나한테 읽어주어야 하며, 아이인 경우에는 부모가 아이와 서로 합의한 일정한 시간에 읽어주어야한다. 책을 읽어주라 하면 주로 잠자기 전에 읽어주는 부모들이 많은데, 그것은 그야말로 잘 자라고 들려주는 잠자리 독서다. 독서는 정신이 맑을 때 읽어주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매일 읽어준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토론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한다. 일주일이 빠르다면 한 달에 한번이라도 실천해야한다.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아이 스케줄이 많아서…" 동물도 새끼를 낳으면 둥지를 만들어주고 먹이고 씻긴다.

 내 자녀를 좋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좋은 학원에 보내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일은 동물도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를 세끼 밥 먹이는 일처럼 생각하고, 하루라도 안 먹이면 큰일이라도 난 듯이 읽어주어야 영혼이 배가 부르다. 그것도 안하면서 잘 되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책을 읽으면서 부족한 음운인식능력을 훈련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여기에 더불어 체계적인 발음 연습과 해독훈련등을 결합하여 치료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면 난독증은 치료가 되지만 무심히 방치하면 성인되어서도 고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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