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사상의 핵심은 경의(敬義)다. 남명은 1555년(명종10) 단성현감을 제수 받고 을묘사직상소를 올려 사직의 변과 군왕의 통치방향을 주청한 바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1568(선조 1)년 선조가 뒤를 이으면서 재야의 학덕 높은 선비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남명을 불렀다. 이에 남명은 무진봉사(戊辰封事)를 올려 국책을 논하면서 군왕의 자질과 통치학을 구체적으로 강론하였다. 그 상소문에서 일부분을 옮겨본다.
 
 "백성을 잘 다스리는 도는 다른데서 구할 것이 아니오라, 요점은 임금이 선을 밝히고 몸을 정성 되게 하는 데 있을 뿐입니다. 이른바 선을 밝힌다는 것은 이치를 궁구함을 이름이요, 몸을 정성되게 한다는 것은 몸을 닦는 것을 말합니다. 천성 안에는 모든 이치가 다 갖추어 있으니, 仁(인)·義(의)·禮(예)·智(지)가 그 본체이고 모든 선은 다 여기서 부터 쫒아 나옵니다. 마음은 이치가 모이는 주체이고, 몸은 이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장차 쓰려는 것이요, 그 몸을 닦음은 장차 도를 행하려는 것입니다.

 그 이치를 공부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글을 읽으면서 의리를 강명하고, 일을 처리할 적에 그 옳고 그름을 찾는 것입니다. 몸을 닦는 요체가 되는 것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것입니다. 가슴속에 마음을 간직해서 혼자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은 大德(큰덕)이고 이를 밖으로 살펴서 그 행동에 힘쓰는 것은 왕의 도리입니다.

 그 이치를 공부하고 몸을 닦으며 가슴속에 본심을 간직하고 밖으로 자신을 행동을 살피는 가장 큰 공부는 敬(경)을 위주로 해야 합니다. 이른바 경이란 것은 정재 하고 엄숙히 하여, 항상 마음을 깨우쳐서 어둡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한 마음 우주인이 되어 만사에 응하는 것은, 안은 곧게 밖은 방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공자께서 '경으로써 몸을 닦는다'라는 것이 이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을 주로 하지 않으면 이 마음을 간직할 수 없고 마음을 간직하지 못하면 천하 이치를 궁구할 수 없으며, 이치를 궁구하지 못하면 사물의 변화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아래로 사람을 일을 배우고 위로 하늘의 이치에 통하는 것이 또 학문에 나아가는 순서입니다. 사람의 일을 버리고 하늘의 이치를 말하는 것은 곧 입에 발린 이치이며 자신에게 돌이켜 보지 않고 들어서 아는 것만 많은 것은 곧 귀에 발린 학문입니다."

 남명의 가르침을 수용했더라면 성군이 될 수 있었는데 선조는 무시하여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망명길에 올라 역사의 죄인이 된 것을 역사는 안타깝게 여긴다.

 남명학은 공자의 유학에 근간을 두면서 당시 정치 환경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군왕의 통치방식(왕도)을 간절하게 주청하여, 조정을 긴장 시키고 사림의 기상을 높여 선비들의 표상이 됨과 동시에 영남학파에서 안동권의 理(이)중심의 퇴계학파와 대비 되면서, 실천을 우선시하여 후일 남명학파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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