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보류가 되나요

사랑도 보류가 되나요 /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 / 북스토리 / 256p / 3만 3천 원

 

추천 / 이지아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판형이 큰 책이라 유독 신간 서가에서 눈에 확 띄는 책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마리옹 파욜이 그리고 썼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저자이니만큼 이 책 역시 일러스트집이거니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에서 마리옹의 역할은 마치 연출가와 같다. 등장인물들의 얼굴 생김새와 몸의 실루엣, 의상 등은 개성을 없애고 무덤덤하게 표현하였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밋밋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며 펼치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난 느낌이다. 솔직하고 멋지고 섹시하면서 감동적인 한 편의 프랑스 뮤지컬.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기혼남 1인이 '지금 아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며 과거의 여인 3인을 소환하여 보류시킨 연애의 기억들을 되살린다. 자신의 바람기가 여자들 잘못이라고 단언하는 기혼남 1인의 언사에 어이없다가도 그가 만났던 여인들의 다양하고도 당당한 매력에 빠져들고 드라마틱한 대단원에 감동하게 된다.

 * 책날개, 속지부터 시작해 책의 맨 뒷장까지 그림이 이어져 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등장인물 5인(남자, 아내, 여인1, 여인2, 여인3)의 피날레 인사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보시라.

 * 2018 앙굴렘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세상 그 어떤 언어보다 고귀하게 빛났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말은 빛이 바랬다. 흔한 말이 되었고, 때로는 믿을 수 없는 말이 됐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말이 원래 태어났던 그 자리에 되돌려놓기 위해서다. 사랑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마리옹 파욜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변주해서 연주하는 작가이다. 관계에 대한 다양한 단상을 철학적으로 보여주었던 책 '관계의 조각들', 연인들의 장난을 재기 넘치게 보여주었던 '어떤 장난'이 국내에 소개됐을 때 많은 독자들이 마리옹 파욜에게 매료됐다.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말을 들으며 두 권의 책은 인기를 모았다. ‘사랑도 보류가 되나요’는 세 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마리옹 파욜이 '사랑꾼'인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서 지나간 사랑들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자는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다. 아무런 불만 없이 아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머리 한 구석에는 아주 위험한 상상이 자리한다. 만약 아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다. 남자의 과거에는 세 여자가 있었다. 전혀 아내와 다른 사람들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내와 닮은 여자들,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차마 진행시키지 못하고 보류했던 사랑들에 대한 남자의 상상은 계속 된다.

 이루어지지 않은 지나간 사랑, 과거의 보류된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현재의 자신을 안정적으로 살게 하는 사랑에 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책을 보면서 독자들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그림 에세이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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