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일 봉황동 독자

천수일 봉황동 독자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늘 들어왔던 삶의 지혜 중에는 친척을 자주 찾아보고, 형제 간에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어야한다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효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형제가 서로 싸우면 남만도 못하게 되어 서로의 삶이 불편해지고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는 속담을 되새기며 친척·형제 간에 나눔을 실천하라는 가르침도 받았습니다.

 현재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이런 자녀교육은 70년대 이전에 대부분의 가정과 사회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웃 간의 나눔과 친척방문, 형제애에 대한 중요성 등이 실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친척과 가족 간의 방문이 줄어들고 형제가 남만도 못하게 되는 일들을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시점을 대중가요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대중가요가 그 시대상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1974년에 대중가수로 데뷔한 옥희씨가 부른 '이웃사촌'이라는 노래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 요점은 '멀리 있는 친척은 이웃만 못하다'는 내용으로 당시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면서 직장에 얽매이고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 간 방문이 예전 같지 않자 대중이 이 노래에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한 도시화는 재산의 가치를 급격히 상승시켰고, 재산상속 문제로 형제가 남만도 못한 정도가 아니라 원수가 되는 사례들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핵가족화가 장기화되고, 최근 들어 독신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족과 친척간의 방문은 더욱 멀어진 것 같습니다.

 2015년도에 개봉된 '더 비지트(The Visit)'라는 공포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집을 뛰쳐 나온 딸이 부모와 등지고 살다보니 자식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외조부모의 얼굴을 몰라 겪게 되는 내용입니다. 미국에서도 가족 간의 방문을 하지 않는 사회적 문제를 공포영화로 제작해 가족 간 방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가족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봅니다. 가족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나라도 튼튼해집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5월이 끝나기 전에 떨어져 사는 부모와 형제, 친척들의 안부를 묻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이면 얼굴을 마주하고 정을 나누고 공감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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