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76p / 1만 2천 원

 결론부터 말하자.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가 아니라, 행복이라는 말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행복한 나라이다.

 소설가 한창훈의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는 한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섬에서 빈부귀천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조차 알 필요 없이, 순리대로 살아간다. 176페이지의 작은 책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완성됐다. 단단하고.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이런 섬이 실제로 있다. 남대서양에 있는 화산섬 ‘트리스탄 다 쿠냐’. 한창훈은 오래전, 20대 후반에 이 섬의 이야기를 알았다. 대전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점심시간에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칼럼 하나를 보았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선생의 글인데, <단 한 줄의 법조문만 있는 나라> 라는 제목이었다. 그 섬에 잠시 거주했던 영국군이 거친 환경 때문에 철수를 했는데, 한 하사관 가족이 남아서 공동체를 꾸리면서 살아간다. 점차 사람들이 모이면서 법조문을 만들게 되는데, 단 한줄이었다. “누구도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간주 된다”는 내용이다.

 한창훈은 그 칼럼을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었다. 주민 전체가 특권 없이 공평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그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깊이 박혀 있다가 이 소설로 탄생했다.

 소설은 군인들이 철수한 섬에 측량사 한 명이 남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섬을 계속 찾아온다.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자기 주장하는 목소리가 생기니까, 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적다가 보니까, 법조항이 많아지고, 또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법조문을 딱 하나만 정하기로 했다. 책 속에서 법조문을 만드는 장면을 보자.

 <바다를 바라보던 어린 주민 하나가 문득 손뼉을 쳤다. 아이가 말했다. “바다의 특징은 잔잔하거나 파도가 치거나 똑같이 한다는 것이에요. 그제는 한 팔 정도의 파도가 쳤는데 모두 그 높이였어요. 어제는 가문비나무 높이만큼 치솟았는데 모든 파도가 그랬어요. 오늘은 보시다시피 똑같이 잔잔해요.” “과연 그렇군.” 모여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도처럼 하면 되겠군.” 드디어 그들은 법을 만들었다. 법은 이랬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그들은 그 법으로 살았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낮지 않았다. 그들은 그 법이 마음에 들었다.>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누구도 특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쯤 그런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매력을 짚고 넘어간다. 너무 재미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을 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난 뒤, 앉은 자리에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끝까지 읽었다. 지금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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