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면 좀 어때

우울하면 좀 어때 / 김승기 지음 / 문학세계사 / 224p / 1만 3천 원


 

 

강윤지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오늘도 새벽에 몇 번씩이나 깨서 시계를 확인했다. 수면장애인 것 같다. 어찌어찌 출근은 했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무기력증인가? 남들은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그런데 이 정도 증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감기에 걸리거나 이가 아플 때 병원에 찾아가듯 마음의 병을 앓을 때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어떻게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우울하면 좀 어때’ 하며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를 찾게 되는 24살 E 양, 자존심은 세지만 자존감이 낮은 G 씨,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불안해하며 눈치를 보게 되는 28세의 새댁, 늘 자신이 부족하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전교 1등의 모범생,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상대적 열등감 때문에 우울감에 사로잡혀 사는 의대생, 싫어도 싫다고 못하고 거절도 못하는 30대 초반의 착한 여자 J 씨. 잘 나가던 형이 무너지고 나서야 불안과 불면증이 없어진 K 씨.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의 주인공들 중 일부다. 주위에서 한번쯤 본 사람인 것도 같다. “나랑 비슷하네”싶어 왠지 안쓰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시인이다. 저자는 진료실에서 만난 ‘아픈 사람들’ 이야기를 의학적 관점과 문학적 감성을 버무려 풀어냈다. 자존감을 주제로 쓴 에세이, 그리고 자존감 처방전이다. 현대인이 겪기 쉬운 다양한 심리 질환을 다룬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독자들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치유서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우울증, 강박증, 대인공포증, 공황장애 같은 마음의 병을 앓을 수 있다. 그래서 위 사람들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들 조금쯤 우울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려 노력한다. 그렇게 떨쳐버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마음의 병이 깊다면 그것도 힘들다.
 
 저자는 마음의 병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상담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마음의 병이 생긴 원인, 주요 증상, 적절한 치료법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책 속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삶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사연을 읽어보면 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지 이해되고, 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나도 이런 마음인데 싶어 사연에 빠져 읽다가 어느새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휴지 빼주는 남자’로 불린다. 수많은 환자들의 하소연을 듣고, 옆에 앉아 그들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티슈를 빼주기 때문이다.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이야기하고, 속이 후련해질 때가지 눈물 흘리고, 저자가 건네는 티슈로 눈물을 닦자. 그리고 기운내서 일어서자. “우울하면 좀 어때!” 외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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