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딱지

 

무릎딱지 / 글 샤를로트 문드리크, 그림 올리비에 탈레크, 이경혜 옮김 / 한울림어린이 / 40p / 1만 1천 원
구홍진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엄마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그 아픔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이 책을 펴라. 그리고 모든 슬픔을 담아내는 사랑으로 마음을 함빡 적시고 싶다면!

 엄마가 죽은 후 장례식마저 끝나고 아이와 아빠의 일상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여전하다. 슬픔에 빠진 아빠를 지켜보는 일, 혹여나 엄마를 잊어버리지 않을까하는 불안. 작은 아이의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아야 좋은 것인가. 우리 또한 마주한 상실에 당황할 뿐 치유의 방법을 모른다. 모르지만 무릎을 낮춰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는 우리 가슴 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임을 속삭일 때 서로의 상처 딱지 아래서 어느새 반드러운 새 살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슬픔과 부재를 딛고 나아가는 일에는 가족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작은 아이 또한 어른 가족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뭉클한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작은 그림책을 추천한다.


 △'마음 단디잡고 읽어야 할 책, 폭풍오열하다'. 그림책 '무릎딱지'를 읽은 한 어머니가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그 어머니는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가 자신이 먼저 울고 말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밤새 자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나한테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 첫 문장에서 이미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고,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언젠가 다가올 일이기에 생각만으로도 슬픔이 차오르게 하는 문장이다.
 
 책 주인공 '나'의 상처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 때문이다. 부모의 죽음은 언제 겪어도 힘든 슬픔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견딜 만 하고, 어리다고 견디기 힘든 차원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는다는 건 얼마나 큰 두려움이고, 슬픔일까.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뜻했던 존재와 이별하는 일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죽음을 보게 되겠지만, 그 어떤 죽음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막막하고 슬픈 이별이다.

 그 상처는 어떻게 아물어질까. 이 책은 엄마를 잃는 '나'가 우울의 단계에서 애도의 단계로 건너가는 과정을 담았다. 넘어져 다친 무릎에 딱지가 앉기 기다렸다 떼어내는 방식으로 '엄마를 잊는 것에 대한 공포'를 견디던 아이는 할머니의 방문을 계기로 애도의 방법을 배운다. 할머니는 아이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려주며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아."라고 말해준다. 엄마는 아이의 가슴에, 심장 안에 있다는 말에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견디기로 한다. 심장이 뛸 때마다 엄마를 느낄 수 있으니까.
 
 모든 극복된 상처는 성장의 다른 이름이다. 어린이들에게 살다보면 슬픈 일도 있지만, 그 상처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가슴 뭉클하게 전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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