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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유민 공주의 기묘년 일기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기묘년 2월 3일
-가락옥적과 가야금

 산천은 순색이 완연하다. 조석으로 궁궐 위나 서쪽 망해정이 있는 봉황대 저쪽으로 떼지어 날아가던 기러기들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아마 그들의 고향 북녘으로 모두 떠나간 모양이다. 뜨락에 매화와 산수유가 피기 시작한다. 해마다 바뀌는 계절이 한치의 어긋남이 없으니 천지신명의 조화라 하였다. 그저께 저녁에 있었던 포상팔국난 평정 축하연의 감흥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 눈녹조의 청아하고 달콤한 선율도 선율이거니와 그 곡에 맞춰 하신열무와 상신 열무를 추는 무희들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진수(미인)도 진수려니와 버들 같은 허리에 나비 같은 몸짓은 같은 여인으로서도 마음을 빼앗겼는데 남정네들이야 어떠했을까.
 참으로 음악과 무용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채우나니 신통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분이 낮은 모든 가야 백성들도 가무를 즐기지만 이런 고급한 가무를 그들도 접한다면 얼마나 좋을꼬.

 포상팔국난은 그 옛날 우리 가락국의 대외 해상 독점권에 반발한 남해안 8곳의 동시 반란을 조상님들께서 신라군과 합세하여 슬기롭게 평정하시었다. 그 진압을 축하하고 국태민안을 염원하는 연회를 해마다 2월 초하루에 조정에서 조촐하게 열고 있다.

 우리 가야 고유의 악기 금관옥적 피리 소리는 언제 들어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별히 이번 연회는 우리 가야 연맹국인 대가야의 가실왕께서 연맹국 회의 때 아바마마께 예의의 선물로 주신 것이다.

 우리 악사들이 협찬하여 연주를 하는 것이었으니 뜻깊은 자리였다. 풍류와 운치가 있는 가실왕께서는 진다라에서 전해온 쟁을 보시고 중국의 성음과 가야의 성음이 맞지 않음을 고려하여 가야의 성음에 맞추었다. 1년 12달의 울려를 형상하는 12현금으로 만드셨던 내력을 아바마마로부터 들은 바 있다.

기묘년 2월 보름
-도요저로 말 달리다

 며칠째 내리던 춘우가 그치고 하늘이 청명하다. 궁궐 저쪽 동편으로 보이는 타고봉이 오늘따라 더 맑고 생기가 난다. 이런 날이면 궁중에만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 말을 타고 한량 없이 달리고 싶다. 오라버니 구형과 동생 탈지금과 함께 애마를 타고 나갔었다. 나는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말 달리기와 활 쏘기를 더 좋아한다. 이런 것은 아바마마의 영향이라 할 것이다.
 
 나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역사와 국가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아바마마께서는 “우리 유민공주가 남자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하시는 것이었다. 때로는 국정에 관해 나의 견해를 물으실 때도 있어 황송하기도 하다. 굳건한 기상을 심기 위해 승마와 궁술을 권유하시고 나에게도 함께하도록 하신 것이다.
 
 저 3대 위의 할바마마 좌지왕께서는 신분이 낮은 용녀에게 장가들어 그 여자의 무리를 벼슬아치로 삼았으므로 내정이 문란하여 백성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다행이 충신 종정경 박원도가 척신의 위협이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간언하여 용녀를 물리셨다. 용녀를 남해 하산도로 귀양을 보내고 정치를 고쳐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하였던 사실을 몇 번이나 일러 주시었다.

 약간의 호위병을 이끌고 말을 달리다 보니 그간의 답답했던 마음이 씻기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낙동강변에는 강바람이 부드럽게 일고 텃새 원앙새들이 청둥오리가 떠나고 난 자리에서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강변을 따라 국경도 살필 겸 인가가 많이 모여사는 도요저까지 달렸다. 우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고을 한기가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대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사람들은 잡은 고기를 강둑으로 옮기느라 바쁘고 어떤 이는 고기를 소금에 뭍혀 말리기도 한다. 저쪽에는 익수(배)를 만드느라 여러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작은 익수를 여러 개 만들고 있는데 주로 고기잡이용이라고 한다. 아주 큰 익수를 만드는곳에 들렀는데 왜국이나 중국으로 가는 익수라고 한다. 도요저는 고기와 소금이 많고 생활이 윤택하였다.

 또 풍속을 아름답게 하여 예의가 발랐고 동리에서 음란한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회의를 열어 엄중한 벌을 내린다 하였다. 그런데 그곳에도 걱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가야 땅의 해안지대가 옛날에 비해 해상교통의 조건이 나빠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안 동쪽으로 갈수록 신라의 영토여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직은 강 하구로의 이용은 가야 문물의 왜국 교역에는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돌아왔는데 하늘에는 보름달 휘영청 밝았고 어디선가 금관옥적 소리가 들렸다.

구만 리
높은 하늘
둥근 달 비추이고
유장한 낙동강물 달빛 품어 흐르는데
가야벌 금관옥적 머얼리 번져가네

 오늘의 말 달리기는 형제들의 심신을 맑게 하고 우애를 깊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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