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자 시의원

 

하성자 시의원

  세월이 향기로운 손길 내밀어 눈부신 오월을 불렀나 봅니다.

 꽃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던 풍경, 문득 지나간 4월이 그리워집니다.

 꽃 피었던 흔적을 덮은 연초록 이파리들이 짙푸름을 향해 가속도를 냅니다.

 매화꽃 진자리엔 앙증맞은 매실이 앉아 보송보송한 솜털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시절 맞춰 피어난 또 다른 꽃들은 오월을 단장하느라 분주합니다.

 
 꽃들 사이로 더 진한 향기들이, 더 짙은 색깔들이 일어서고 있습니다.

 무리 진 철쭉은 새 길을 펼치고, 길을 이어 핀 꽃들이 여기저기 질펀하니, 헤픈 벌들 슬슬 채비차려야 할 때인가 봅니다. 미련스럽도록 빼곡하지만 잎들도 꽃들도 제 자리가 다 있네요. 저 사이를 비집고 돋다니요, 초록 천지를 뚫고 피어난 꽃들 보세요. 배포 한 번 두둑합니다. 저 꽃들처럼 멋져보자 호흡 다듬는 오월입니다.

 잎마다 꽃마다 제자리가 다 있듯이 사람도 제자리 있어서 살아가는 거겠지요.

 빼곡한 군상을 비집고 살아갈 제자리 딛고 선 사람, 힘겨울지라도 아름다워요.
가지들이 제 몸 터뜨려 잎과 꽃을 피워 내듯 우리도 그렇게 태어났을 터이지요.
부모님 덕으로 존재하는 건 숭고한 사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위대한 내밀음인걸요. 그 삶이 하나같이 소중하단 걸 알아차리는 오월입니다.

 우리를 굳건히 지켜내시는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가정의 달 오월이면 부모님 사랑 앞에 가슴 먹먹해 집니다.
망설임 없는 사랑은 한 모습일 터이지만 나는 왜 부모가 돼 그러지 못했을까요. 아이에게 내 부모님만큼 하고자 했지만 맘 같지 않게 자기 일에 쫓기느라 겉돌았던 것을 반성합니다. 적어도 내가 받았던 그 사랑들, 모양새조차 흉내 못낸 채 세월이 자라버렸답니다. 아이들이 커버렸습니다. 헌신, 그런 사랑 법은 꿀벌의 속성처럼 전해 주어야 했는데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 노릇하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전히 서투른 자녀 사랑법이야말로 참으로 창피한 고백이지만요, 사랑과 행복매무새를 만지는 사이 쑥스러운 오월이 짙어져가고 있군요. 

 어설픈 청년들이셨지만 부모라서 한없이 강하셨던 사람, 부모님이십니다.
부모님 앞에서 나는 여전히 아기입니다. 계시든 안계시든 부모님이란 존재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재롱둥이랍니다. 받기만 하다 보니 돌려드리는 일이 낯설단 말로 게으른 효도를 변명합니다. 주는 일이 미숙한 탓으로 부모 역할 모자람을 해명해봅니다. 연초록 이파리 속에 숨어들고 싶습니다. 몹시 부끄러워지는 오월입니다.

 가정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일지라도 그 사랑은 같은 색이었으며, 희생은 같은 향기였단 걸 알게 되기까지 세월이 같이 자라야했습니다. 부모가 되는 일은 꽃 같은 일생을 일컬음입니다. 속절없이 스러져 갈지라도 열매 제대로 앉혀놓으려 애쓰는 꽃들처럼 그런 향기 지닌 부모님 어진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원망과 아픔을 기억조차 두지 않으신 그 헌신에 가슴 뜨거워집니다. 마침내 그것이 인류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란 걸 깨닫게 되는 오월입니다. 하늘이 높고 별이 푸릅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어린 왕자의 장미라지요. 무수한 사람 속에서 오직 나로서 존재하는 나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행여 힘들지라도 단 하나뿐인 보물을 팔지 말고 지녀야 하는 자존, 이런 힘을 주신 부모님을 존경합니다. 부모님은 늘 삶의 원천이 돼 세월과 더불어 사랑을 키워주시니 그 은혜는 놀라운 기적입니다. 나는 어느 새 어른이 됐습니다. 나와 함께 커 온 세월도 어엿한 어른 행세를 하네요. 철 모르는 세월과 더불어 여전히 철 없는 내가 자라고 있습니다. 나도 세월도 자라나는 오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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