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결심 후, 10년 간 노력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주연 씨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도전 결심 후, 10년 간 노력
 "김해는 에스프레소 같은 곳"


 
 "커피는 서양에서 시작된 문화잖아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우승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김해출신 바리스타 전주연씨(32·모모스커피 이사 겸 바리스타)가 2019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지난달 11~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커피의 본산인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전 씨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김연아가 세계 피겨무대에서 금메달을 딴 것과 같이 놀라운 일이다.

 20회를 맞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는 올해 55개국 대표들이 참가했다. 각국 예선을 포함하면 총 3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경연방식도 단순히 커피를 맛있게 뽑는 것이 아니다. 5명의 심사위원들에게 15분 동안 에스프레소·밀크음료·창작음료를 각 4잔씩 총 12잔을 제공하면서 자신만의 커피 철학과 주제를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이 만든 커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전주연 씨. 사진제공/WBC

 전 씨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쉽게 14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는 "커피성분 분석표를 연구하다 단 맛에 탄수화물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커피 원두속 탄수화물과 단맛의 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새로운 접근으로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시연도 기존 프레젠테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심사위원들을 낮은 테이블에 앉히고 고객에게 서비스 하듯 친근하게 다가갔다. 런던 2개월 해외연수가 전부인 전 씨의 영어 프레젠테이션도 완벽했다.

 "준비에서 시연을 마칠 때까지 총1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한국에서는 77번 반복했고, 보스턴 현지에서는 미리 가서 10번 정도 반복했어요."

 지독한 연습과 반복은 단순히 이번 대회 준비과정에서만은 아니었다.

 전 씨는 2007년 카페알바로 처음 커피를 접했다. 바리스타를 직업으로 선택한 2009년 WBC 한국대표 참가자 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그때 대회도전을 결심했다. 그 후 10년간은 연습의 반복이었다. 김해였던 본가를 나와 직장 근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와 연락을 끊고, TV도 끊고 오직 일과 공부에만 매달렸다.

 "당시에 학원 같은 게 없어서 막막했어요. 한국대표 이종훈 바리스타의 WBC 대회영상에 반해서 대회관련 교육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주1회 8주 교육을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진행했는데 교육시간 전에 미리 가서 하루 종일 그분을 관찰하고 교육이 없어도 쉬는 날마다 가니깐 저보고 이상한 애라고 할 정도였죠.(웃음)"

 커피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진 전 씨도 처음부터 커피를 좋아하고 잘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전공도 사회복지학이었다. 그런데 알바로 시작한 커피가 손님과 자신을 이어주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리스타를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다. 근데 부모님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커피공부에 매진했지만 실력이 금방 좋아지진 않았다.

 "처음에는 커피 향이나 맛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좌절도 많이했어요. 저희 대표님께서 농담으로 니코는 장식이가? 라고 하실 정도였죠.. 그래서 영어단어 외우듯이 향과 맛에 대한 표현을 모조리 외우면서 커피를 글로 배웠죠. 지금은 커피 세잔을 주고 마셔보라고 한 뒤에 다시 섞어놓고 마시면 구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공부를 위해 커피를 하루 종일 마시는 게 힘들었지만 커피주량도 이제는 많이 늘었죠.(웃음)"
   
 일약 깜짝 스타가 됐지만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그녀. "주변에서는 돈부터 모으라고 하지만 우선은 저에게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싶어요" 그는 현재 소속된 팀과 함께 다양한 커피 산지들을 방문하면서 농법을 연구하고 개발에 참여해 스폐셜티 커피에 집중하며 농가와 함께 상생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깨가 무겁다. 10년 전엔 다른 바리스타를 롤모델로 공부했지만 이제는 그가 누군가의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아직 배우는 중이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좋아해서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셨음 좋겠다"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잘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 김해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보였다. 전 씨가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김해는 자신에게 커피의 뿌리이자 출발인 에스프레소와 같다고 했다. 그리고 김해시민으로서 김해시민들이 같이 기뻐해주고 응원해 준다면 지역을 더 빛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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