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생 그림책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 사계절 / 212p / 2만
김정순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0세부터 100세까지 인생을 따뜻한 그림과 담담한 글로 담아 놓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작가 하이케 팔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그 대답들로 책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장면장면 공감의 연속이다. 사실 아이를 둔 엄마라 첫 장면에서부터 코끝이 찡해졌으며 '51세 이제는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에서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느꼈다. 부담 없이 옆에 두고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 나이 내일모레 마흔. 맞이하는 사십대에는 이 책 어느 장면에서 말한 것처럼 지나간 시간들의 아쉬움을 세기보다 오늘의 행복을 세고, 내 나이 쉰이 됐을 때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물음에 한 마디라도 나만의 대답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이 책을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책 속 몇 장면을 보자. 이 책을 추천한 김정순 사서는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이라 첫 장면부터 코끝이 찡해졌다고 했다. 어떤 장면이길래 그랬을까. 첫 장면은 0세의 인생. 유모차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뒷모습이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편안히 기대고 있다. 유모차 안에는 아기가 있겠지만, 아기는 보이지 않는다. 두 남녀는 아기를 바라보며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짓고 있겠지만 그 얼굴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알 수 있다. 뒷모습 그림이지만 마치 앞에서 이 가족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기를 보고 있는 엄마 아빠가 어떤 마음일지도 느껴진다. 그림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0, 난생 처음 네가 웃었지. 널 마주 보는 이도 웃었고." 더 이상 단 한 단어도 보탤 필요 없고, 단 한 글자도 뺄 수 없다.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0세 인생의 날이다.

 책을 넘기다 보면 지나온 추억도 떠오르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7세 인생의 장면은 이렇다. 한 소년이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 턱에 왼팔을 올리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밖을 내다보는 뒷모습이다. 방안에는 소년의 장난감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그 그림에는 "7세. 세상은 좀 지루하기도 하지." 보는 순간, 웃음이 난다. 이 소년은 얼마나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을까. 비가 와서 놀지 못하는 날,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했을까. 7세 소년이 느낀 인생이란 때로 좀 지루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41세의 인생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 넘치는 일이지"라며 힘들어하고, 58세의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은 너무 어려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라는 생각도 한다. 뒤로 넘어갈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을 본 많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 페이지부터 보았다고 한다.

 책을 보다가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다. 뒷모습이거나, 옆모습이나 정면이라 해도 얼굴이 제대로 그리지 않은 그림이다! 책 속 그림의 사람에 자신을 대입해 인생을 생각해보라는 작가의 메시지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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